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1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관련해 “우리는 소통하고 있다”며 “나는 어느 시점에 무엇인가를 할 것”이라고 말한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 과정에서 북한과 접촉하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북·미 대화 분위기를 형성하기 위한 전략적 수사일 뿐이라는 지적이 동시에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북한과의 관계 개선 의지를 강조한 그동안의 언급들과 큰 틀에선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한 발 더 나아가 북·미 간 물밑접촉이 이미 이뤄지고 있다는 듯한 발언을 해 그 배경과 진의에 이목이 쏠린다.
소통이 실제로 이뤄지고 있을지를 두고 전문가들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만 놓고 보면 북한과 과거에 소통했던 사실을 다시 언급한 것으로도 해석될 여지가 있어서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외교·안보 전략, 대북 전략을 짤 핵심 인물인 엘브리지 콜비 국방부 차관, 앨리슨 후커 국무부 정무차관이 아직 의회 인준을 받지 않은 상태”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문제를 나름대로 우선순위에 두고 이후에는 정책적 관심을 집중할 것이라는 예비 메시지의 개념”이라고 평가했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접촉을 지시했을 가능성은 있어 보이지만 의미 있는 대화가 진행됐다고 보긴 어려울 것 같다”며 “북한에 대화에 진지하다는 의사를 전달하는 차원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물밑에서 북·미 간에 진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북한학)는 “미국은 일단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이 급하기 때문에 북한 파병군의 철군을 요구하기 위해 소통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 문제, 대중국 정책을 우선 정리한 후 김 위원장과 대화에 나설 여지가 있는데 그 기간 동안 북한을 관리할 필요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리처드 그리넬 특사나 알렉스 웡 국가안전보장회의 수석 부보좌관 등이 비공식적으로 뉴욕의 주유엔 북한대표부와 전화나 이메일로 접촉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진단했다. 뉴욕 채널 외에도 미국통인 조철수 주스위스 북한 대사나 러시아를 통하는 방안도 가용한 북·미 접촉 창구로 거론된다.
앞서 북한을 핵 보유국(nuclear power)이라고 부른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엔 큰 핵 국가(big nuclear nation)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는 북한을 협상장으로 유인하기 위해 핵 동결·군축과 같은 ‘스몰 딜’ 가능성을 계속해서 시사하는 차원으로 보인다.
탄핵 정국으로 인한 리더십 부재와 남북관계 단절 상황에서 북·미 간 접촉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한국 패싱’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당국이 북·미 비핵화 협상에 우리 입장을 반영할 수 있는 외교적 수단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