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영농으로 소득을 배당하는 새로운 개념의 ‘영농모델’이 지방자치단체 전역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경북 영덕 달산지구다. 논을 중심으로 한 이모작 공동영농 체계를 도입해 농업의 생산성과 소득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이곳은 지난해 12월25일 크리스마스에 이모작(콩·양파+배추) 공동영농의 첫 배당으로 평(3.3㎡)당 3000원을 받았다. 백성규 팔각산절임배추영농조합법인 대표는 기존에 벼만 재배하던 21㏊의 논에 여름에는 콩, 겨울에는 양파를 심고 봄·가을엔 배추를 재배하는 방식으로 이모작을 실현하고 있다.
영농조합법인이 이전까지 21㏊에서 벼만 재배했을 때의 연간 농업생산액은 약 1억4800만원. 하지만 콩·양파·배추 이모작으로 전환하자 생산액은 6억2500만원으로 늘었다. 여기에 절임배추 가공까지 더하자 총 생산액은 무려 11억2500만원으로 증가했다. 이는 벼 단작 대비 약 8배 수준이다. 농촌진흥청 자료에 따르면 1㏊당 농업생산액은 벼가 707만원인데 반해, 이모작 작물은 평균 2976만원에 이른다.
이에 따라 정부는 사전적 수급 조절체계로의 전환을 선언하고, 2025년까지 8만㏊의 벼 재배면적을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 5만㏊는 초과공급 해소를 위한 것이며, 나머지는 벼 회귀 면적과 정책 이행률을 고려한 수치다. 지자체별로 감축 목표를 할당하고, 실적에 따라 정부 지원을 차등 배분해 정책 실효성을 높일 방침이다.
정부가 제시한 감축 유형은 △전략작물(콩, 조사료 등) 전환 △타 작물(녹비 포함) 전환 △친환경 인증 전환 △농지전용 △자율감축(휴경 포함) 등 다섯 가지다. 농가는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직불금·공공비축미 우선 배정·지자체 장려금 등 다양한 인센티브가 제공된다.
전략작물 직불금 예산은 2024년 1865억원에서 2025년 2440억원으로 확대됐고, 친환경직불 단가는 유기농 기준 ㏊당 70만원에서 95만원으로 인상됐다. 자율감축 유형에는 논 휴경 시 소득 보전을 위한 공공비축 활용도 포함된다.
농식품부는 지난 1일에도 박범수 차관 주재로 벼 재배면적 조정제 추진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에는 전국 16개 시·도 농정국장, 쌀 생산자 단체, ㈔한국RPC협회, 전국RPC연합회, 대한곡물협회, 농협경제지주 등이 참석했다. 박 차관은 “올해 벼 재배면적 감축 실적이 우수한 지자체는 각종 정부 지원사업에서 우대하고, 부진한 지자체에 대해서는 지원을 제한할 계획”이라며 “필지 단위별로 구체적인 감축면적 확정이 조속히 마무리될 수 있도록 지자체가 적극 참여해달라”고 말했다.
정부는 정책 홍보와 교육도 병행하고 있다. 감축 유형별 가이드라인 배포와 영농기술 교육, 콤바인 등 전용 장비와 기반 정비 지원도 추진 중이다. 위성사진을 활용한 재배면적 추정, 기초-광역-중앙 3단계 점검 체계도 도입돼 제도 이행을 꼼꼼히 살필 예정이다.
쌀 적정생산을 위한 예산 편성도 재편되고 있다. 2025년 벼 재배 관련 예산은 93억원에서 65억원으로 축소되고, 논 타 작물 재배지원은 145억원에서 299억원으로 확대됐다. 고구마, 깨, 밀, 가루쌀 등 자급률 제고 품목에 대한 종자비 지원도 신설됐다.
변상문 농식품부 식량정책관은 “벼 중심의 구조에서 벗어나 자율성과 효율성을 모두 갖춘 수급 안정 체계를 만들어야 할 시점”이라며 “농가 소득을 안정시키면서 쌀 산업의 지속 가능성도 함께 확보할 수 있도록 정책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