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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 [詩의 뜨락]

고영민

아침에 카레 한 냄비를 끓여놓았더니

딸년이 남자친구 준다고

홀랑 가져가버렸다

 

마트에 들러 찬거리 몇 개 사 들고 오는데

공원 산수유나무들이

저마다 불을 지피며

한 솥씩 노란 카레를 끓이고 있다

 

연애하기 좋은 날씨다

 

보글보글 끓고 있는 카레 냄비를 들고 서서

공원 쪽을

오래 바라보았다

 

-시집 ‘햇빛 두 개 더’(문학동네) 수록

 

●고영민

△1968년 충남 서산 출생. 2002년 ‘문학사상’으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 ‘악어’, ‘공손한 손’, ‘사슴공원에서’, ‘구구’, ‘봄의 정치’ 등 발표. 박재삼문학상, 천상병시문학상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