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맥주 2000원…‘눈물의 할인’ 왜?

외식 물가 부담, 술 소비 줄여…‘소주 반값·맥주 무료’ 역주행 마케팅 확산

전문가들 “저가형 술집 확산은 단순 유행 아닌 업계 전반 가격 경쟁 심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회복세를 보이던 음식점 및 주점업의 소비가 최근 다시 꺾이며 감소세로 전환된 것으로 나타났다. 

 

게티이미지뱅크

외식 물가 상승으로 인한 소비자 부담이 커지면서 술 소비가 줄고 있으며, 이를 타개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일부 음식점들은 소주와 맥주 가격을 인하하는 ‘물가 역주행’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7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5년 3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용 소주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1.3% 하락하며 7개월 연속 내림세를 기록했다. 외식용 맥주 가격도 전년 대비 0.7% 하락하며, 2023년 12월 이후 4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외식용 소주·맥주 가격은 일반 음식점에서 판매되는 주류 가격을 반영한 통계 항목이다.

 

소주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하락한 것은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0년 1월 이후 단 한 차례뿐으로, 2005년 7월(-0.8%) 이후 무려 20년 만의 일이다. 맥주 가격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도 1999년 7월부터 11월까지 이후 약 26년 만에 처음이다.

 

업계는 이 같은 주류 가격 하락의 배경으로 치열해진 고객 유치 경쟁을 지목한다. 일부 음식점에서는 ‘소주 반값’, ‘맥주 무료’와 같은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앞세워 주류 가격을 낮추고 있다. 가격 인하에 따른 수익 감소를 감수하더라도 고객 유입을 통해 전체 매출을 회복하겠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저가형 포장마차 스타일의 주점들이 빠르게 확산되며 외식업계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한 프랜차이즈 포장마차는 맥주 한 잔 1900원, 닭날개 한 조각 9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2023년 말 영업을 시작한 이후 현재 전국에 18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또 다른 고깃집 프랜차이즈는 소주와 맥주를 각각 2000원에 판매하며, 전국 지점을 220곳 이상으로 확대했다. 불과 1년 만에 두 배 이상의 성장세를 보인 것이다. 이러한 저가형 주점의 급증은 기존 일반 음식점에도 가격 인하 압박을 가하며, 전반적인 시장 가격 재편을 유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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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이 단순한 할인 경쟁에 그치지 않고, 외식 및 주점 업계 전반에 구조적인 변화를 예고한다고 분석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던 외식 소비가 다시 둔화된 것은 외식 물가 상승으로 인한 소비자의 체감 부담이 여전히 크기 때문”이라며 “소주·맥주 가격의 하락은 과거 외식 수요를 견인하던 가격 요소가 이제는 오히려 소비를 억제하는 요인으로 전환되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저가형 술집의 확산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업계 전반의 가격 경쟁 심화를 의미한다”며 “앞으로는 가격뿐 아니라 품질, 서비스, 콘셉트 등 다양한 측면에서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춘 차별화된 전략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