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기업 실적 발표가 시작됐다. 발표 첫 테이프는 한국의 주력 수출·내수 산업인 전자·이차전지사가 끊었다. 시장 기대치 이상의 준수한 실적을 냈으나 이들 기업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한 폭탄급 상호·품목관세 영향이 본격 반영되는 2분기 이후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사실상의 ‘시계 제로’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이날 LG전자가 업계 전망치를 웃도는 1분기 잠정실적을 신고했다. 잠정 매출은 22조7447억원, 영업이익은 1조2590억원이다. 매출액은 지난해 동기보다 8.7%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대비 5.7% 감소했다.
8일에는 삼성전자 잠정실적 발표가 예정되어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통상 매년 같은날 실적을 발표해왔다. 올해는 역대 최대 1분기 매출을 기록한 LG전자가 하루 앞서 치고 나갔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때 시장에서 메모리반도체 분야 약세에 따른 1분기 실적 부진을 예상한 바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각각 77조1928억원(전년 동기 대비 7.3%↑), 5조1348억원(〃 22.3%↓)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두 회사의 올해 성적표를 채울 ‘진짜 실적’이 나오는 2분기부터다. 미국 관세부과 조치에 따른 제품 가격 및 비용 상승 여파로 양사 모두 실적이 둔화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의견이다.
삼성전자는 최근의 메모리 가격 상승세에 힘입어 2분기부터 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 섞인 전망이 혼재한다. 다만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의 북미향 스마트폰 생산량 대부분을 소화하는 베트남에 상호관세율을 46%로 책정하면서 이런 기대가 뿌리부터 흔들렸다는 반대론도 있다.
이수림 DS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IT(정보기술) 기기가 중국, 인도, 베트남 등 인건비가 저렴한 국가에서 대부분 조립이 이뤄짐을 감안하면 결국 수요 측면에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미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 약화가 수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반 IT 기기에 주로 탑재되는 범용 디램, 낸드 매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삼성전자가 관세로 인한 수요 감소에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LG에너지솔루션도 이날 1분기 매출 6조2650억원, 영업이익 3747억원으로 잠정실적을 공시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첨단제조세액공제(AMPC) 수령액(4577억원)에 따른 깜짝 실적이다.
하지만 LG에너지솔루션 역시 2분기에 이 같은 흐름을 유지할지 불투명해 보인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과 관세 부과 등에 따른 정책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이라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