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치러지는 21대 대통령 선거일이 6월3일로 확정된 가운데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어제 장관직을 사퇴하고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도 대권 도전을 공식 선언했다. 이들을 포함해 국민의힘에는 홍준표 대구시장과 한동훈 전 대표, 오세훈 서울시장, 유승민 전 의원, 이철우 경북도지사, 유정복 인천시장 등 예비주자만 20명에 육박한다. 국민의힘 지지층의 30% 정도는 보수의 대선 후보감이 없다는데 지지율 한 자릿수의 예비주자만 문전성시다. 유력 주자가 없다 보니 너도나도 숟가락을 얹겠다고 뛰어드는 형국이다. 윤 전 대통령 탄핵으로 “폐족(廢族·조상이 큰 죄를 지어 벼슬할 수 없게 된 족속)이 됐다”는 말까지 나온 정당이 맞나 싶다.
당내 일각에서는 대통령 권한대행 한덕수 국무총리 차출론까지 나온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한 대행이 후보로서 적절하지 않으냐는 의견을 가진 의원이 많이 있다”고 했다. 최고 리더십 공백을 메우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한 권한대행까지 대선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발상은 국민의힘이 처한 곤궁한 처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과거에도 보수는 위기 국면에서 정치권 밖 인사에 눈을 돌리곤 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외부에서 영입해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급조한 윤 전 대통령이 비근한 사례다. 집권엔 성공했지만, 폭주하다 끝내 파국을 맞지 않았나. 이기든 지든 보수 정치의 길을 오래 걸어온 정치인을 후보로 내세우는 게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