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관세충격’으로 향후 물가 경로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현재 소비자물가 상승폭이 2% 안팎에 머물고 있지만, 글로벌 통상 전쟁 우려 속에 원화 가치 하락세가 계속될 경우 수입물가 상승을 부추겨 전체 물가 오름세가 당초 전망보다 커질 수 있어서다. 8일 원·달러 환율은 1473.2원(주간거래 기준)까지 치솟으며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13일(1483.5원) 이후 16년여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최근 2∼3년 물가의 누적 상승폭이 컸던 상황에서 또다시 물가 불안이 현실화할 경우 내수 침체는 물론 서민들의 생활고를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선제적으로 물가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통계청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1%로 2월(2.0%)과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9월 1.6%로 낮아진 뒤 12월까지 1%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후 올해 1월 2.2%로 올라선 뒤 2% 안팎에 머물고 있다.
문제는 고환율 현상이 지속되면서 향후 물가가 예상보다 더 크게 오를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올해 1월 원·달러 환율은 전년 동월 대비 10.0%(월평균) 올랐고, 2월과 3월에도 각각 8.5%, 9.5% 상승했다. 지난해 9월만 해도 달러당 1334.82원이었던 환율은 10월 1361.00원, 11월 1393.38원으로 상승한 뒤 불법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한 12월 1434.42원까지 올랐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 전쟁은 환율 불안에 기름을 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부터 10%의 기본관세를 시행한 데 이어 9일부터는 우리나라(25%)를 비롯한 주요국에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특히 미국의 54% 관세 부과 조치에 맞서 중국이 9일부터 34%의 보복 관세로 대응하겠다고 밝히는 등 글로벌 무역 전쟁이 현실화하고 있다. 주요국의 통상 마찰은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이어지고, 이는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자극해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를 하락시키는 원인이 된다. 실제 7일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33.7원 오른 1467.8원을 기록하며 코로나19 이후 5년 만에 가장 크게 상승했고, 이날은 1473.2원까지 뛰며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이 미국발 관세 전쟁에 대응해 위안화를 절하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경우 위안화 동조 성향이 강한 원화가 추가 하방압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점 역시 불안 요소다.
환율이 오르면 원화로 환산한 원자재 가격이 올라 기업 부담이 늘고, 수입제품의 가격이 상승한다. 이는 국내 전체 물가를 밀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KDI는 최근 ‘경제동향 4월호’를 통해 “높은 환율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향후 소비자물가의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