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대통령을 상대로 한 헌정사상 초유의 체포와 구속, 구속취소까지 이어진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는 대한민국 수사체계에 중대한 과제를 남겼다. 수사기관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 변곡점마다 삐거덕대며 헛발질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수사권 문제부터 시작해 ‘영장 쇼핑’ 논란, 구속 기간 산정 논란 등 너무나 많은 허점을 드러냈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이 같은 수사체계 혼선에 대한 대수술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과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지난해 12월3일 계엄 사태 직후부터 경쟁적으로 수사에 뛰어들었다. 이들 기관은 동시다발로 수사를 진행하다가 ‘사건 이첩권’을 내세운 공수처로 수사를 일원화했다. 현행법상 내란죄 수사권은 경찰이 갖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공수처가 체포영장을 집행해 영어의 몸이 된 뒤에도 공수처에 내란죄 수사권이 없다는 점을 들어 소환 조사 등에 일절 응하지 않았다. 경찰이 수사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논란이었다. 공수처는 사실상 백지 상태의 피의자신문조서만 남긴 채 사건을 검찰로 넘겼다.
검찰은 두 차례 구속기간 연장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그대로 윤 전 대통령을 구속기소했다. 그러나 법원은 검찰이 윤 전 대통령을 재판에 넘기기 전 이미 구속기간이 만료됐다고 판단, 윤 전 대통령의 구속을 취소했다. 이 과정에서 구속기간 산정을 ‘시간’으로 하느냐, ‘날’로 해야 하느냐를 두고 갑론을박이 일었다. 검찰이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구속기간을 보다 엄격하게 계산했어야 했다는 비판이 들끓었다. 공수처와 검찰이 법에 명문 규정이 없는 ‘구속기간 나눠쓰기’를 한 것 자체가 문제였다는 지적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