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은 어떻게 몸을 갉아먹는가/ 알린 T. 제로니머스/ 방진이 옮김/ 돌베개/ 3만1000원
미국의 저명한 공공보건학자인 저자는 인종·계급에 따라 극명하게 갈리는 미국인의 건강 격차를 40년 가까이 연구했다. 평생을 바친 씨름 끝에 그는 ‘웨더링(weathering)’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안한다.
웨더링은 인종·민족·종교·계급 차별로 공격당하는 소외된 지역사회에 사는 사람이 겪는 생리학적 작용을 포괄하는 과정이다. 비바람에 무방비로 노출된 집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침식되듯(weather), 사회적 억압은 사람의 몸을 갉아먹는다. 흑인, 라틴계, 노동자 계급, 저소득층… 한 인간이 인종차별주의적이고 계급주의적인 사회에서 자라고, 성장하고, 노화하는 동안 웨더링은 세포 단위에 이르기까지 온몸을 구석구석 괴롭힌다.
저자는 수십년에 걸쳐 웨더링과 관련한 100편이 넘는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흑인 산모는 백인 산모보다 출산 중 사망률이 3배나 높고, 특히 이민자 단속이 강화되면 라틴계 여성의 출산 후유증 비율과 저체중아 및 조산아 출산율이 증가한다. 쇠락한 지역 백인 빈곤계층에서 태어난 아동의 기대수명은 50세에 불과하다. 저자는 이러한 격차가 유전적 차이나 개인의 행동에 따른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의 또다른 연구에 따르면, 미국에 10년 이상 거주한 중년 멕시코 이민자는 스트레스 관련 만성 질환을 겪을 확률이 높다. 소득이 증가해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