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가 지난 3월 22일 개막하여 10월까지 팀당 총 144경기에 돌입하였다. 2025년 시즌부터 새롭게 적용되는 규정이 눈에 띈다. 투수는 주자가 없는 경우에는 20초 이내에 투구해야 한다. 주자가 있을 때 투구 시간은 25초 이내이다. 위반하면 ‘볼’을 던진 것으로 판정한다. 타자는 33초 이내에 타석에 들어서야 하고, 8초 전까지 양발을 타석에 두고 타격 준비를 마쳐야 한다. 어기면 스트라이크가 1개 추가된다. 포수는 9초가 표기되는 시점에 포수석에 위치해야 한다. 타석당 타임아웃 횟수는 2회로 제한하고, 연장전은 11회까지로 단축했다. 경기의 속도를 빠르게 진행하려는 목적에서다. 느린 속도를 잘 참지 못하는 현대인의 스피드 애착 경향이 스포츠의 규칙을 바꾸는 세상이 된 것이다.
스피드가 인류에게 실감 나게 다가온 건 산업혁명 이후이다. 증기의 힘을 이용하여 기계를 작동하면서 인류는 인간의 힘, 돌이나 바람과 같은 자연의 힘, 말이나 소와 같은 동물의 힘과는 비교할 수 없이 큰 에너지를 얻게 되었다.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생산, 건축, 교통 등의 분야에서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일들을 빠른 속도로 성취하면서 경이로움을 체감한 것이다. 대한민국도 산업혁명이 낳은 기술혁명의 수혜자이다. 덕분에 세계에서 최고 속도, 최단 시일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성취한 나라가 될 수 있었다. 그 스피드는 ‘빨리빨리’로 불리면서 다른 나라 사람들도 이해하는 용어가 되고, 한국 문화의 한 측면을 대변하는 상징이 되었다.
김정기 한양대 명예교수·언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