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하지 마세요. 안전하게 구조해 드릴게요.”
지난 12일 오전 4시쯤 경기 광명 신안산선 붕괴 사고 현장에서 구조작업을 진행하던 경기도 소방재난본부 특수대응단 조병주 소방위와 이준희 소방장은 20대 굴착기 기사의 파묻힌 오른쪽 다리 주변 잔해를 손으로 파헤치며 이같이 말했다. 생존자는 전날 오전 6시에 출근해 이날 오전 6시에 퇴근할 예정이었던 청년이었다. 언제 다시 무너질지 모르는 수백㎏이 넘는 철제 상판과 건물 잔해 속에서 구조작업은 6시간째 이어지고 있었다.
조 소방위와 이 소방장은 18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구조 막바지 생존자가 정신을 잃거나 불안해하지 않도록 계속해서 말을 걸었다고 했다. 조 소방위는 “나가서 뭐 할 거냐, 부모님의 직업은 뭐냐는 등 이런저런 말을 건넸다”며 “계속 안심시키며 ‘우리는 전문가이니까 당신은 어떻게든 살려내겠다’고 확신을 주고 작업을 했다”고 회상했다. 이 소방장은 “처음에는 목소리가 컸는데 점점 희미해져 가는 것 같아 계속 작업 현황을 알려주며 말을 붙였다”고 부연했다.
생존자를 크레인에 고정시켜 함께 위로 올라가는 동안 밖에서 아들의 이름을 간절하게 부르는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조 소방위는 “생존자가 가만히 듣더니 ‘엄마가 왔네’라고 하더라”며 “이렇게 당신이 살아나는 건 천운이다. 하고 싶었던 거 다 해보고 후회되지 않는 그런 삶을 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언제나 위험한 사고 현장에 가장 먼저 진입하는 특수대응단에게 살아 있는 구조자를 구해내는 건 흔치 않은 일이었다.
기억에 남고 힘들었던 구조를 묻자, 동료의 순직 사고라고 답했다. 조 소방위는 지난해 6월 화성 전지 제조공장 화재를 떠올리며 “화성에서 최초 근무할 때 같이 근무했던 직원의 사체를 수습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 일이 있고 난 후부터는 남의 일 같지 않아 퇴근하면 아이들 얼굴을 자세히 바라보는 버릇이 생겼다”고 했다.
소방관으로 계속 일하는 이유에 대해선 “보람과 자부심을 느낀다”며 웃었다. 이 소방장은 “일하면서 고맙다는 말을 많이 듣게 된다”며 “우리는 생명을 구하는 일을 하니까 항상 감사하다는 말을 듣는데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