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전선 확대 VS 시진핑의 버티기’
관세, 수출 통제 등을 두고 벌이는 미국과 중국의 격돌 양상이다. 미국은 중국을 압박하는 수단에 한계를 두지 않는 듯 온갖 방법을 동원하고 있고, 중국은 밀릴 생각이 조금도 없는 듯 결사항전의 자세를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다.
백악관은 18일(현지시간) 홈페이지의 ‘평론(article)’ 항목에 ‘실험실 유출’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중국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에서 유출됐다는 주장을 담은 글을 단호한 표정을 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진과 함께 실었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중국 기원설은 1기 행정부에서부터 트럼프 대통령이 반복해 주장해 왔지만 관세 문제로 미·중 갈등이 정점을 찍는 시점에 백악관 홈페이지에 이 같은 글을 실었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USTR은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인 지난해 4월 미국 5개 노동조합의 청원으로 중국의 해양·물류·조선산업에 대한 무역법 301조(외국의 불공정한 무역 행위에 대해 조사하고 보복하도록 한 조항) 조사를 개시했으며, 지난 1월 중국이 이들 산업을 지배하려고 불공정하게 경쟁해 미국에 피해를 주고 있다고 결론 내린 바 있다. 이번 조치는 이 조사에 따라 원래 진행되던 일정에 따라 나왔지만 중국과의 관세 갈등 심화 국면과 맞물려 더 주목받았다. USTR은 5월19일까지 각계 의견을 추가로 수렴해 최종 방안을 확정할 방침으로 일각에선 이번 조치가 실제 시행되면 중국과 경쟁하는 한국 조선업체가 혜택을 입을 것으로 예상하기도 한다.
이뿐만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9일 엔비디아가 생산하는 H20 칩의 중국 수출을 제한한 데 이어 미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을 증시에서 퇴출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각 교역국과의 상호관세 협상에서 중국과의 거래를 끊거나 중국 기업의 우회 생산을 막는 것을 관세 인하의 조건으로 제시하는 방안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속내는 중국에 다른 나라들처럼 상호관세 협상을 요청하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이 필요한 것은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라는 메시지를 꾸준히 발신해 왔다. 지난 17일 백악관에서 진행된 해산물 경쟁력 회복 관련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우리는 중국과 대화 중이다. 그들이 수차례 연락해 왔다”고 말했다. 중국과 통상협상 타결이 가능한 시점과 관련해선 “앞으로 3∼4주 정도로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직접 대화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다. 중국 당국은 미국의 조치를 비판하는 것 외에 협상 개시에 대해선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