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수동 카페거리의 ‘꼬마빌딩’을 상속받은 A씨는 과세당국에 기준시가를 적용해 60억원을 물려받은 것으로 신고했다. 하지만 이는 근처 부동산 시세를 고려하면 터무니없이 적은 금액이다. 이에 국세청은 자체 감정평가를 통해 상속가액을 새로 책정하기로 했다. 전문 평가사를 통해 매겨진 이 꼬마빌딩의 감정액은 320억원에 달했다. 신고액보다 433%나 높은 금액이다.
상속·증여받은 부동산을 시세보다 터무니없이 낮게 신고한 사례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국세청이 상속·증여받은 고가 아파트 등을 시세에 맞게 과세하기 위해 감정평가를 실시한 결과 신고액보다 감정액이 90%가량 높게 나타났다.
국세청은 올해 1분기 고가 단독주택·빌딩 등 부동산 75건을 감정평가해서 기존 신고액(2847억원)보다 87.8% 증가한 5347억원을 기준으로 과세했다고 24일 밝혔다.
서울 논현동의 255㎡(77평) 규모 단독주택은 신고액이 37억원이었지만 감정액은 140억원으로 늘었다. 서울 삼성동 309㎡(93평) 규모 단독주택은 33억원을 신고했지만 감정액은 95억원으로 187.9% 뛰었다.
또 매매 사례가 드물어 가격 책정이 어려운 초고가 대형 아파트의 경우 기준시가로 신고해 중·소형 아파트 신고액보다 낮은 ‘세금 역전’ 현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많았다. 서울 청담동 신동아아파트 226㎡(68평)는 기준시가를 적용해 20억원으로 신고됐다. 이는 매매가액을 기준으로 21억원을 신고한 청담자이 49㎡(15평)와 비슷한 수준이다. 국세청이 직접 감정평가를 실시한 결과 신동아아파트 226㎡의 감정액은 40억원으로 두 배나 높아졌다. 서울 용산구 푸르지오써밋(190㎡)도 신고액은 23억원이었으나 감정액은 41억원으로 뛰었다.
국세청은 감정평가 확대 방침 발표 이후 상속·증여재산을 자발적으로 감정평가해 신고하는 납세자도 대폭 늘었다고 밝혔다. 특히 올해 1분기에 고가 부동산(기준시가 20억원 이상)을 감정평가액으로 신고한 비율(60.6%)은 지난해(48.6%)보다 약 12%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집계됐다.
국세청 관계자는 “납세자의 자발적 감정평가 신고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여 장기적으로 시가에 따른 상속·증여 신고 관행이 정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