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가수’ 이미자(84)는 굴곡진 한국 현대사의 한(恨)을 절절히 녹여내 ‘엘레지의 여왕’으로 불린다. 그는 18세 때인 1959년 ‘열아홉 순정’으로 가요계에 데뷔한 뒤 ‘섬마을 선생님’ ‘여로’ ‘여자의 일생’ ‘흑산도 아가씨’ 등 수많은 곡을 히트시키며 무려 66년 동안 전통가요의 뿌리를 지켜왔다. 최대 히트곡 ‘동백아가씨’는 음반 판매량 100만장을 돌파하고 35주 연속 인기 차트 1위에 오르는 등 진기록을 세우며 한국 대중음악사의 한 획을 그었다. 이런 공로로 2023년 대중음악인 최초로 금관문화훈장의 주인공이 됐다.
‘헤일 수 없이 수많은 밤을 내 가슴 도려내는 아픔에 겨워 얼마나 울었던가∼’. 2013년 10월26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한 무대에서 이미자가 ‘동백아가씨’를 부르자 파독(派獨) 광부와 간호사 출신 교민들은 쏟아지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반백 년 가슴에 박힌 설움과 절절한 추억이 사무쳐서다. 베트남전쟁 파병 장병 위문 공연을 갔을 때도 현장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남북 화해 무드가 절정이던 2002년 평양 공연에도 참여했다. 이미자 자체가 우리 가요사이자 현대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