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고환율·고물가 속에 내수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은행에서 빌린 돈을 갚지 못하는 한계 기업과 가계가 크게 늘었다. 그 여파로 올해 1분기 주요 시중은행의 연체율이 1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치솟고, 상환을 기대하기 어려운 부실 채권 규모는 사상 처음 12조원을 넘어섰다. 2분기부터 관세전쟁 충격이 본격화하면 연체율과 부실대출 규모는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7일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1분기 실적과 함께 공개한 팩트북에 따르면, 1분기 말(3월 말) 기준 전체 연체율 단순 평균은 0.41%로, 직전 분기(0.34%)보다 0.07%포인트 올랐다.
KB국민은행의 경우 기업대출 연체율이 0.40%로 2017년 1분기(0.51%) 이후 8년 만에 가장 높고, 상승폭(0.10%포인트)은 2016년 1분기(0.15%포인트) 이후 9년 만에 가장 컸다. 중소기업 연체율(0.50%) 오름폭(0.10%포인트)도 2015년 1분기(0.22%포인트) 이후 10년 만에 가장 컸다.
연체 기간이 3개월 이상인 부실채권인 고정이하여신(N포인트L)은 4대 은행 합산 총 12조6150억원에 달한다. 올 들어 석 달 만에 1조7440억원 불어났다. 일반적으로 N포인트L은 연말 부실채권 상·매각을 거쳐 1분기가 가장 규모가 작은데 올해 1분기에 이례적으로 급증한 것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고물가와 2022년 하반기부터 급격히 오른 시장금리 탓에 한계기업의 원리금 부담이 가중됐고, 대내외 경기도 나빠지면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중심으로 연체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