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다음달 제2차 세계대전 승리 기념일(전승절) 80주년을 맞아 사흘간 휴전한다고 밝혔다. ‘부활절 30시간 휴전’을 우크라이나와 합의 없이 발표한지 9일 만에 나온 두번째 일방 휴전 선언이다.
크레믈궁은 28일(현지시간) 텔레그램 성명을 통해 “푸틴 러시아연방군 최고사령관의 결정으로 러시아는 인도주의적 고려를 바탕으로 승전 80주년 기념일 동안 휴전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휴전 기간은 전승절 전날인 다음달 8일 0시부터 10일 24시까지다. 크레믈궁은 “이 기간 모든 군사 행동이 금지된다”며 “우크라이나는 이 모범을 따라야 하며 우크라이나 측이 휴전을 위반하면 러시아군은 적절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처럼 러시아에 휴전 협정 서명을 압박하면서 우크라이나에는 크름반도를 포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가 2014년 병합한 크름반도를 젤렌스키 대통령이 포기할 준비가 됐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교황 장례 미사에 앞서 로마에서 가진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회동 때 크름반도를 언급했는지를 묻는 말에는 “짧게 언급했다”고 말했다. 그는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회동에 대해 “그 만남은 잘 진행됐다”며 “향후 며칠 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겠다. 우리는 많은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젤렌스키)는 차분해졌다”며 “자신의 나라를 위해 좋은 일을 하고 싶어 하며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크름반도 병합 시 미국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었다며, 오바마 대통령에게 왜 크름반도를 포기했는지 물어야 한다고도 했다.
외신들이 입수해 앞서 보도한 미국의 휴전 중재안에는 러시아의 크름반도 지배에 대한 법적 인정이 포함돼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협상 타결을 위해 우크라이나에 크름반도 포기를 최종 압박하는 뉘앙스다.
우크라이나는 공개적으로 강력 반대했다. 올렉산드르 메레즈호 우크라이나 외교위원장은 “크름반도를 러시아의 일부로 결코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러시아가 2014년 무력으로 확보한 뒤 실효지배 중인 크름반도를 러시아 영토로 인정하는 것은 러시아의 무력을 동원한 합병을 승인하는 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정치적, 법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분석한다. 우크라이나 헌법에는 크름반도를 자국 영토로 규정하고 있다. 국민투표를 거쳐 개헌을 하지 않으면 휴전 합의 주체인 젤렌스키 대통령이 헌법을 위반하는 셈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