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의 부정적 여파가 한국 수출입 통계 지표로 확인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신시장 개척에 나서면서 전체 수출은 증가세를 기록 중인 것으로 나타났지만, 미국발 글로벌 통상 환경 불확실성 증대가 한국 경제를 0%대 초저성장 국면으로 이끌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4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의 대미 수출은 106억3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6.8% 감소했다. 2월(+1.0%), 3월(+2.3%)의 연속 상승세가 꺾인 것으로, 관세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정성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대미 수출은 아무래도 미국의 고관세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고관세 영향이 기계적, 산술적으로 같은 수출 감소세를 유발하는 것은 아니고 품목마다, 시장 상황에 따라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요 수출품목에선 뚜렷한 대미 수출 감소세가 확인됐다. 대미 최대 수출품인 자동차(25억1000만달러)는 전년 동기 대비 16.6% 줄었고, 반도체(4억달러)는 31% 감소했다. 일반기계(9억7000만달러)도 22.6% 줄어들었다. 항공유 수출 증가로 석유제품이 78.5% 폭증한 5억2000만달러의 실적을 올렸으나, 주요 품목의 감소분을 채우기엔 부족했다.
한편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2월에 내놨던 1.7%에서 0.7%로 1%포인트나 낮췄다. 연구원은 이날 ‘2025년 한국 경제 전망(수정)’ 보고서에서 “소비와 투자의 내수 불황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경기 선행지표의 뚜렷한 반등 신호를 포착할 수 없다”며 “향후 트럼프 관세 인상 정책 등 대외 불확실성의 부정적 영향이 나타날 것이기 때문에 수출 경기 침체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향 조정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한국은행도 최근 올해 1분기 성장률이 -0.2%로 역성장했다며 다음달 수정경제전망에서 연간 성장률을 기존 전망치였던 1.5%에서 대폭 하향조정할 것을 시사한 바 있다. 만약 현대경제연구원 전망대로 올해 성장률이 0.7%에 그친다면 1998년 외환위기(-4.9%), 1980년 오일쇼크(-1.5%),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0.7%) 이후 네번째로 낮은 성장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