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다 보내지도 못했는데 벌써 여름이 당도해 있다. 두꺼운 카디건을 걸치고도 목덜미가 서늘해 수시로 몸을 움츠리는 건 나 하나뿐. 주변 사람들은 죄다 반팔 셔츠를 꺼내 입었다. 이마에 맺힌 땀을 훔치고 얼음이 든 커피를 벌컥벌컥 들이켠다. 그야말로 “여름에 어울리는 사람”들이다. 이맘때면 누구보다 먼저 “여름 표정이 되는 사람”, “여름 몸짓이 되는 사람”. 봄 여름 가을 겨울, 어떤 계절이든 그 계절에 어울리는 사람이 된다면 좋은 일이겠으나 특히 여름에는 더 제철 사람이 되고 싶다. 신록의 거리를 걸으며, 너는 참 여름을 닮았네, 그런 말을 건넨다면 상대는 웃음을 감추지 못하리. 따라 웃다 보면 겨울 사람도 잠시 여름 사람이 되려나.
이제 막 첫 여름을 맞는 사람도 있겠다. 지난가을 혹은 겨울에 태어난 아기는 곧 첫 여름옷을 입겠다. 그 모습을 귀여워하며 가만히 들여다보는 사람의 표정 또한 맑고 울창하겠다.
박소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