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휴전 합의가 난항을 겪고 있다. 종전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공격이 심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전쟁 당사국 간 우선 휴전에 합의하는 것이 시급하지만,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일방적으로 선언한 3일간의 ‘전승절 휴전’이 ‘빈말’이라며 연일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AFP,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체코 프라하를 찾아 페테르 파벨 체코 대통령과 정상회담한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러시아를 믿지 않는다”며 러시아가 스스로 선언한 휴전을 지키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는 미국이 내놓은 30일간의 휴전 제안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휴전을 공언한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며 “그간 그들은 어떤 형태의 부분 휴전을 원한다고 말했지만 명심해야 할 점은 현재 러시아가 하는 공격이 최근 몇 달 새 가장 격화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러시아가 미국의 (30일간의) 완전한 휴전 제안을 무시한 게 오늘로 54일째”라고 꼬집었다.
우크라이나도 전쟁 고삐를 놓지 않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또다른 영상연설에서 자체 개발한 해상드론이 러시아 흑해 항구도시 노보로시스크 인근을 비행하던 수호이(Su)-30 전투기 2대를 격추했다고 밝히고 “우크라이나의 역량을 증명했다”며 공개 찬사를 표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총국(HUR)이 공개한 영상에는 먼 거리에서 폭발한 물체가 불에 휩싸인 채 바다로 추락하는 장면이 담겼다. 우크라이나군의 주장대로 추락한 물체가 러시아 전투기라면 해상 드론으로 전투기를 격추한 세계 최초의 사례가 된다. 격추된 러시아 전투기 중 1대의 탑승자는 민간 선박에 구조됐지만, 다른 전투기의 탑승자는 사망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이번 공격에 사용된 미사일이 미국과 캐나다가 지원한 AIM-9 적외선 유도 미사일이라고 설명했다. 흑해는 우크라이나가 해상드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지역이다.
우크라이나는 그간 자국 해상 드론 역량을 과시해 왔다. 지난해 12월31일에도 해상드론에서 발사한 미사일로 러시아 헬리콥터 2대를 격추했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지금껏 우크라이나의 소형 해상 자폭 드론이 러시아 해군함정 12척 이상을 파괴했고, 이에 따라 러시아는 크림반도의 흑해함대를 본거지에서 이동시켜야 했다. 러시아 본토와 크림반도를 잇는 다리를 손상해 러시아의 보급 능력에 타격을 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