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에 대한 공세를 확대하기로 한 데 이어 미국과 공조해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에 대한 보복 공습을 단행했다. 친이스라엘 성향의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를 등에 업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 재개 이후 군사적 긴장이 고조돼 온 중동 지역이 다시 한 번 ‘확전’의 기로에 서게 됐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5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가자지구에 대한 군사작전 확대 계획을 발표했다. 이른바 ‘기드온의 전차’로 불리는 가자지구 점령 계획은 전날 열린 이스라엘 안보 내각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승인됐다.
네타냐후 총리는 “한 가지는 분명하다. (이스라엘군은) 들어갔다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점령 구상을 공식화했다. 그간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향한 폭격을 거듭하면서도 지상군은 주요 회랑 근처의 완충 지역에만 주둔하며 하마스 거점을 공격한 뒤 철수하는 방식의 작전을 채택해 왔다. 새 작전 계획이 실행되면 빼앗은 거점을 계속 점령함으로써 하마스의 재건을 원천 봉쇄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작전 확대를 위해 이스라엘 내각은 수천 명의 예비군 동원을 승인했다. 동원 병력은 장기적으로 수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중동 내 군사적 긴장도 고조되고 있다. 팔레스타인에 동조하는 주변국과 무장단체들이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하고 있고, 이스라엘도 보복을 공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 이스라엘은 미군과 공동으로 후티가 장악한 예멘 서부 해안 도시 호데이다의 항구에 대해 20대의 전투기를 동원해 포탄 50발을 투하하는 공습을 단행했다. 후티가 전날 이스라엘 최대 도시인 텔아비브에 있는 벤구리온 국제공항에 미사일을 발사한 데 대한 보복이다. 공항 공격을 자인한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이 가자 작전을 확대한다면 앞으로도 계속 이스라엘 공항을 타격해 ‘공중 봉쇄’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이스라엘이 후티에 곧바로 보복 공습을 강행한 것은 2000㎞ 떨어진 곳까지 즉각 보복할 수 있는 압도적 군사력을 과시하는 한편 ‘저항의 축’으로 불리는 친이란 군사 네트워크에 개입을 자제할 것을 경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란은 이스라엘의 군사적 행보를 ‘미국 끌어들이기’로 규정하며 즉각 견제에 나섰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엑스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외교에서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지 뻔뻔스럽게 지시하고 있다”며 “미국 정부에 직접 개입해 중동 지역에 또 다른 재앙을 불러들이고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미국이 가자지구 전쟁에서 이스라엘을 지원하고 친이란 반군 후티를 공습한 것을 언급하며 “네타냐후의 가자 학살에 대한 치명적 지원과 그를 위한 예멘에서의 대리전을 통해 미국인들은 얻을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