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이래 가을야구 문턱을 밟아보지 못했던 한화는 2025시즌을 앞두고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새로 지은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의 개장에 맞춰 올해는 반드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겠다는 의지가 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막 초반부터 고전했다. 지난달 10일 최하위로 처졌을 때는 팬들 사이에서 ‘한화의 올해 농사도 망친 것 아니냐’는 한탄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그런데 대반전이 일어났다. 독수리가 힘찬 날갯짓으로 날아오른 것이다.
한화는 사흘 뒤인 13일 대전 키움전부터 23일 부산 사직 롯데전까지 8연승을 내달렸다. 이후 2연패로 주춤하나 싶더니 26일 대전 KT전을 시작으로 이달 7일 대전 삼성전까지 9연승을 이어가며 단독 선두까지 치고 올라오는 드라마를 썼다. 한화가 9연승을 한 것은 2005년 이후 무려 20년 만이다. 시즌 30경기 이상 치른 시점에서 1위에 오른 것도 2007년 6월2일 이후 18년 만이다
한승혁도 빼놓을 수 없는 불펜의 핵심이다. 21경기에 나서 8홀드와 1세이브, 평균자책점 1.93의 안정적인 구위를 자랑한다. 최근 15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으로 난공불락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김서현(1패)과 한승혁(2패)의 구원 실패는 애교로 봐줘도 될 정도.
우완 박상원도 19경기 동안 중요한 고비마다 나와 2승2패 6홀드로 제 몫을 다하고 있고, 신인 정우주 역시 시속 150㎞ 중반의 강속구를 앞세워 15경기에서 1승 3홀드로 팀 상승세에 힘을 보탰다. 김종수는 15경기에서 1승 2홀드를 기록 중이다. 한화 불펜 평균자책점은 3.20으로 LG(2.93), KT(3.19)에 이어 리그 3위다. 최근 9연승 기간만 따지면 2.49로 전체 1위다.
한화 중간부터 마무리까지 구원투수들의 활약이 빛난다는 것은 다른 기록으로도 드러난다. 한화는 역전승이 15번으로 리그 1위지만 역전패는 4패로 리그 9위다. 특히 7회까지 앞선 경기에서는 19승 무패를 기록했고 팀 블론세이브가 단 1개에 그칠 정도로 뒷문을 철저하게 걸어 잠갔다. 2점 차 이내 승리도 14승이나 된다.
이런 한화 불펜의 성장에는 ‘백전노장’ 김경문(66) 감독과 양상문(64) 투수코치의 역할이 크다. 김 감독은 김서현을 과감하게 마무리로 기용하며 자신감을 불어넣어주는 등 불펜 운용에서 적재적소 용병술을 선보이고 있다. 감독과 단장을 역임한 양 코치 역시 풍부한 경험을 앞세워 한화 마운드 재건에 큰 몫을 했다. 특히 불펜 투수들의 3연투가 없도록 조절하는 등 세심한 관리가 눈에 띈다.
강력한 마운드를 앞세운 한화는 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키움전에서 1999년 이후 26년 만의 10연승에 도전한다. 한화의 최다 연승 기록은 빙그레 시절이던 1992년 기록한 14연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