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간의 관세협상 타결 가능성으로 원화 환율이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미·중 간 협상으로 중국 위안화가 평가절상될 경우 위안화와 동조화 추이를 보이는 원화 가치 또한 절상될 것이 전망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미국과의 관세협상은 표면적으로는 관세 인하에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대미 무역 흑자국의 통화가치를 평가절상시키는 데에 있다. 관세 부과는 미국의 물가를 직접적으로 높이고 미국 수입업자가 관세를 부담하게 된다. 반면에 환율 조정은 무역상대국의 수출업자가 부담을 지고 미국 물가 또한 크게 높아지지 않기 때문에 미국은 관세보다 환율 조정을 더 선호한다. 미국의 전략대로라면 앞으로 원화의 평가절상, 즉 저환율이 전망되는 것이다.
저금리 또한 미국의 관세정책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내수가 침체된 상황에서 미국 관세정책으로 수출까지 감소할 경우 한국의 성장률은 크게 둔화될 것이 우려되고 금리 인하가 예상된다. 유럽연합을 비롯한 주요국 역시 성장률 둔화를 막기 위해 저금리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최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금리 인하와 더불어 양적 완화 정책의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미국에 대한 주식투자와 직접투자 증가로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시중 유동성이 감소해 양적 완화가 필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올해 안에 2~3차례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저금리, 저환율의 정책조합 시행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저금리와 저환율은 내수를 회복시켜 기업 도산과 금융부실 확산을 막을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또한 저환율은 수입물가를 내려 인플레이션을 안정시킬 수도 있다. 그러나 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 일본도 과거에 미국의 요구로 같은 정책조합을 사용했다가 버블 생성으로 30년 장기침체를 겪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도 저금리, 저환율 정책조합은 버블 생성과 저성장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특히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 특성을 고려할 때 그 부작용은 일본보다 더 클 것이 전망된다. 여기에 주력산업의 경쟁력 약화와 인플레이션 재발을 고려하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정책당국의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