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화하는 ‘통상·환율 전쟁’으로 다자 정상외교 필요성이 중요해진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 세계 21개국 정상들과 글로벌 기업 회장들이 10월 말 또는 11월 초 경북 경주에 총집결한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정상회의가 천년고도 경주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경주 에이펙 정상회의는 제21대 한국 대통령의 다자 정상외교 데뷔 무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또 ‘관세?통상 전쟁’의 키플레이어인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양자회담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올해 에이펙 정상회의에서는 인공지능(AI) 기술에 대한 글로벌 협력과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에 대한 국제사회 대응이 주된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비상계엄과 탄핵심판 등으로 범정부 차원의 경주 에이펙 정상회의 준비가 부족했던 가운데 5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에이펙 정상회의의 숙박 및 경호, 의제 등 준비현황을 중간점검했다.
◆주요 정상들 머물 숙소는 리모델링 중
◆더딘 예산 지원에 시설 공사 속도 못내
에이펙 정상회의와 관련한 주요 행사장은 아직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지난해 6월에야 행사 개최가 결정돼 준비기간이 짧은 데다가 여러 정치적 상황과 맞물려 예산 확보 등에도 어려움을 겪었지만 최근 들어 관련 추가경정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숨통이 터졌다. 외교부 등 유관 정부 부처와 경북도, 경주시는 추경예산 등을 반영해 9월 말까지는 대부분 시설물 공사를 마쳐 행사에 차질이 없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경주 에이펙 정상회의와 관련한 추경예산은 163억원이다. 관계 부처가 제출한 정부 추경안은 79억원이었으나 국회 예결위 심사를 거치며 증액됐다. 추경에는 정상회의 만찬장 조성 40억원, 숙박시설 정비 60억원, 수송지원 10억원, 차량기지 설치 5억원, 문화동행축제 20억원 등이 포함됐다.
경북도는 이번 추가 국비 확보로 이미 착공에 들어간 미디어센터를 비롯해 정상회의장, 전시장 등 기반 조성과 숙박·수송·문화 행사 등 에이펙 손님맞이 사업 전반에 더욱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에이펙 정상회의장은 경주화백컨벤션센터를 고쳐 지어 활용할 계획이다. 회의장에는 양자 회담장, VIP 라운지 등이 들어선다. 경주화백컨벤션센터 리모델링 공사는 6월 중순쯤 시작된다. 경주화백컨벤션센터 바로 옆에는 2층 규모의 미디어센터가 들어서는데 지난달 중순 기초공사가 시작됐다.
하지만 자연재해 등 돌발변수로 공사가 늦춰져 제때 준공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9월까지 모든 시설공사가 끝나더라도 행사 개최까지 한 달밖에 시간이 없어 시설물을 점검·보완할 시간이 촉박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경북도 관계자는 “경주의 역사와 문화를 전 세계에 널리 알릴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하겠다”며 “9월 말까지는 모두 완공해 행사 진행에는 차질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행사장 곳곳에 ‘한국의 미’ 집중 배치
경주 에이펙 정상회의 만찬장은 국립경주박물관 중앙 마당에 들어선다. 발굴조사와 실시설계가 끝나면 이달 중 착공할 예정이다. 만찬장은 연면적 2000㎡ 규모로, 6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다. 한국적인 미를 살리기 위해 석조계단, 처마, 들어열개문, 서까래 등 전통적 요소가 설계에 반영됐다. 들어열개문은 들어서 여는 문으로 대청 정면 문이나 대청과 방 사이 설치한다. 정상들의 만찬 즈음해 국보인 성덕대왕신종 타종 행사가 예정돼 있다. 또 이곳에서는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고 불리는 천년고도 경주의 명성에 걸맞게 통일신라시대 유물인 금관총 등을 한눈에 만날 수 있는 특별전시전이 마련돼 외국 정상 및 방문객들의 이목을 끌 것으로 기대된다. 경주박물관이 소장 중인 교동·금관총·천마총 금관은 물론 다른 박물관에 있는 황남대총·금령총·서봉총 금관 등 국보·보물급 문화유산들이 100년 만에 처음 한자리에 모인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에이펙 정상회의, 경주·경북을 넘어 대한민국을 세계 중심으로’라는 비전 아래 하나부터 열까지 꼼꼼히 준비하고 있다”며 “부족한 점과 보완할 점을 빈틈없이 점검해 전 세계에 대한민국의 품격과 저력을 확실히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주낙영 경주시장 “K경제·문화 매력을 한눈에 가장 아름다운 에이펙 될 것”
“이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정상회의가 역대 가장 아름답고 완벽한 국제행사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습니다.”
주낙영(사진) 경북 경주시장은 12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약 5개월 남은 에이펙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에이펙 추가경정예산 확보를 위해 외교부와 국회 등 관계기관을 수차례 방문하면서 동분서주한 결과 경주시가 요청한 예산을 확보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그는 경주 에이펙 정상회의 또한 지방 도시의 역할을 강조하고 경제?문화?시민참여가 주를 이루는 국제행사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경주시에 따르면 2025 에이펙 정상회의는 경제 에이펙, 문화 에이펙에 중점을 두고 추진된다.
경제 에이펙은 △전시관 운영 △글로벌 CEO 초청 △투자유치 설명회 등을 통해 경주를 전 세계로 뻗어가는 산업 대전환의 주춧돌을 마련하겠다는 목표다. 에이펙 정상회의 전시장은 경주엑스포공원 내 지상 1층, 2700㎡ 규모로 건립된다. 내부는 한국의 경제발전상을 보여주는 대한민국산업역사관을 비롯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등의 기업관이 들어선다. 또 우주항공, 인공지능(AI), 자동차를 포함해 로봇, 반도체, 소형원자로(SMR), 이차전지, 바이오, 해양신산업의 내용으로 첨단미래과학관이 조성된다.
문화 에이펙은 ‘천년고도’이자 세계문화유산 도시인 경주 홍보와 K팝 등 5한(韓)(한옥, 한복, 한식, 한지, 한글) 매력 확산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국경을 넘어 세계를 감동시킬 다양한 문화행사도 추진한다. 플라잉, 한복패션쇼, 신라금관 특별전시 등의 문화주간행사를 개최하고 뮤직페스타, 연등문화축제, 에이펙 회원국 문화교류로 붐업 이벤트 등을 선보인다.
시민참여 프로그램으로는 오징어게임 테마의 전통놀이 체험과 K스트리트 푸드 미식 체험을 마련하는 등 각국 대표단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전망이다. 이와 함께 한류마당인 K컬처존에는 경주 대표 핫플레이스인 황리단길 감성스토어, K뷰티, 지역 청년기업 제품의 전시판매 행사도 갖는다. 주 시장은 “단군 이래 최대 빅 이벤트인 이번 에이펙 성공 개최를 위해 전 행정력을 총동원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서도 성공적인 행사가 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격려를 당부 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