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가 한 달도 남지 않은 지금, 정치권은 극단적인 언어와 감정의 대립으로 얼룩져 있다. 정당 간의 공방은 비판을 넘어 저주에 가까운 말들로 치닫고 있고 언론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유권자들 역시 진영에 따라 완전히 다른 해석과 판단을 내놓는다. 마치 하나의 사회 안에서 전혀 다른 현실을 살아가는 듯한 인상이다. 정치적 성향이 상반된 사람은 세상을 서로 다른 시각으로 바라본다. 자신만의 렌즈를 통해 현실의 상황을 보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정치적 양극화는 최근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 심화되며 사회에 큰 압박과 스트레스가 되고 있다. 사람들은 왜 같은 사건을 보고도 완전히 다른 판단을 내릴까? 같은 뉴스를 접하고도 어떤 이는 자유라 하고, 다른 이는 폭력이라 여긴다. 이 현상을 단순히 정치적 입장의 차이로 설명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정치적 양극화는 각 개인의 인식 분열이 뇌가 불확실성을 처리하는 방식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고 한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불확실성을 피하고 세상을 예측 가능한 구조로 이해하고 싶어 한다. 애매하고 복잡한 현실은 불안을 유발하고 이를 견디는 능력은 사람마다 다르다. 불확실성을 견디기 어려운 사람일수록 세상을 흑백논리로 나누고 자신이 속한 집단의 해석을 더욱 확고하게 받아들이려는 경향이 나타난다. 이러한 심리는 정치적 양극화를 가속화한다. 이것은 심리학적 이론으로만 설명되는 현상이 아니다. 실제 뇌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탐구한 연구도 있다.
2021년 미국 브라운대학교 반 바르 교수 연구팀은 이러한 과정을 뇌과학적으로 설명해 주는 실험을 발표한 바 있다. 연구진은 정치 성향이 다른 참가자들에게 정치 토론 영상을 보여주며 뇌기능자기공명영상(fMRI)을 통해 신경 반응을 측정했다. 실험 결과 도발적인 언어가 포함된 정치 영상에서는 뇌의 전반적인 영역에서 신경 동기화 현상이 강하게 나타났다. 뇌가 같은 방식으로 자극에 반응하며 정치적 메시지에 집단적으로 몰입하는 경향을 보인 것이다. 특히 불확실성을 잘 견디지 못하는 참가자들은 자신의 정치 성향과 일치하는 사람들과 높은 신경 동기화를 보였고 반대 성향의 사람들과는 그렇지 않았다.
권준수 한양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교실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