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업계 2위 기업 아워홈이 한화그룹의 계열사가 됐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15일 아워홈 지분 58.62%를 8695억원에 인수했다. 한화의 급식시장 진출은 2020년 급식 사업 푸디스트를 매각한 이후 5년 만이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매출 규모 세 배의 아워홈을 인수하면서 업계에선 ‘새우가 고래를 삼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인수는 김승연 회장의 삼남인 김동선 한화호텔미래비전총괄 부사장 주도로 추진됐다. 최근 한화그룹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마무리되면서 오너가 삼형제 각각이 책임지는 사업 분야가 뚜렷해지는 상황에서 ‘푸드테크’를 추진 중인 김 부사장이 식음료(F&B)·로봇 분야에서 입지를 다질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번 아워홈 인수는 최근 김 부사장의 F&B 광폭 행보의 일환이다. 김 부사장은 2023년 미국 프리미엄 수제 버거 ‘파이브가이즈’를 국내에 출시하며 경영 일선에 데뷔했고, 지난해 미국 로봇 피자 브랜드 ‘스텔라피자’와 국내 음료 제조 전문 업체 ‘퓨어플러스’ 등을 인수하며 사업 영역을 넓혀왔다.
아워홈 인수로 김 부사장이 그간 강조해온 ‘푸드테크’ 전략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김 부사장이 미래비전총괄을 맡은 한화로보틱스와의 협업이 예상된다. 아워홈의 데이터와 운영 노하우, 물류시스템 등을 통합해 주방 자동화, 스마트 물류 등 첨단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 부사장은 지난달 한국을 찾은 미국 스탠퍼드대학 경영대학원(MBA) 학생들을 만나 “푸드테크로 비용을 낮추고 효율성을 높이는 대신 더 좋은 원재료에 투자할 것”이라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인수 과정에서 불거졌던 아워홈 오너가 지분 싸움도 일단락된 것으로 보인다.
한화호텔이 이번에 인수한 지분은 아워홈 구자학 선대 회장의 장남인 구본성 전 부회장과 장녀 구미현 회장의 몫으로, 막내인 구지은 전 부회장과 차녀 구명진씨는 회사 지분 매각에 반대해 왔다. 재계에선 구지은 전 부회장이 장남·장녀가 한화 측과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기 전 가처분 신청을 낼 것으로 예상했지만, 반대 측의 별다른 법적 대응 없이 상황이 종료된 상태다. 구지은 전 부회장이 아워홈 지분을 다시 사들일 수천억원대의 자금을 조달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화 측은 인수 직후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대표이사 선임 등 경영권 확보 작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경영권 방어를 위해 유상증자를 통한 지분율을 높이는 방안도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