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커선 점거 시위’로 기소된 그린피스 활동가들… “플라스틱 줄이자는 행동이었다”

서울중앙지법서 재판 후 입장 밝혀

지난해 플라스틱 탱커선 항의 시위로 재판에 넘겨진 그린피스 국제 활동가들이 1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을 마친 뒤 “강력한 국제 플라스틱 협약을 촉구하기 위한 평화적 행동이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부산에서 열린 유엔 국제 플라스틱 협약 제5차 정부간 협상회의(INC5) 당시 충남 서산 대산석유화학단지 인근 해상에서 평화 시위를 벌인 후 5개월 넘게 출국금지 상태로 한국에 머물고 있다.

 

영국, 독일, 멕시코 등 다양한 국적의 활동가 4명은 당시 플라스틱 원료를 운반하는 탱커선 마스트에 올라 ‘강력한 국제 플라스틱 협약(Strong Plastics Treaty)’이라는 메시지가 담긴 배너를 펼쳤다. INC5에 참석한 170여개국 정부 대표단에 플라스틱 생산 감축이 포함된 협약 성안을 촉구하기 위한 행동이었다.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그린피스 국제 활동가들이 ‘강력한 국제 플라스틱 협약 촉구 기자회견’이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영국 국적 활동가 알 윌슨은 “플라스틱의 99%는 화석연료로 만들어지고, 생산 과정에서부터 막대한 오염이 발생한다”며 “플라스틱 오염은 단순한 폐기물 문제가 아니라 우리 건강, 기후, 정의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부산에 모인 각국 대표들에게 생산 감축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전달하고 싶었다”며 “이 행동이 기후 정의와 시민의 목소리를 반영한 정당한 행동이었음을 고려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 현장에는 시위에 참여한 네 명의 활동가와 레인보우 워리어호 헤티 기넨 선장의 모습을 담은 대형 벽화가 설치됐다. 이 벽화는 4월 그린피스 영국사무소가 주영 한국대사관 앞에서 벌인 ‘활동가 본국 송환 퍼포먼스’에 사용된 이미지다. 당시 참가자들은 해당 이미지를 직접 그리며 “활동가들을 본국으로 송환하라(Bring our activists home)”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런 연대 행동은 전 세계 21개 지역으로 확산됐다. 대만, 브라질, 미국, 일본 등 각국 한국 대사관 앞에서 액티비스트들의 본국 송환을 촉구하는 배너 퍼포먼스, 벽화 설치, 서한 전달이 이어졌다. 액티비스트들의 본국 송환을 지지하는 서명에는 전 세계 시민 1만4000여명이 참여했다.

 

헤티 기넨 선장은 “본국 송환 연대 행동에서 참가자들은 저희의 얼굴을 담은 벽화에 색을 칠하며 목소리를 전했다”며 “각국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한국 정부에 편지를 보내고 이들의 귀국을 촉구한 그 순간들 하나하나가 저희에게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 모든 연대는 단순히 5명의 액티비스트와 저를 위한 것이 아니라 플라스틱 오염의 진정한 원인을 바로잡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한 전 세계 시민들의 행동이자 요구”라고 강조했다.

 

그린피스는 오는 8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릴 INC5.2(유엔 플라스틱 협약 성안을 위한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 속개회의)를 앞두고 캠페인을 이어갈 계획이다. 김나라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플라스틱 캠페이너는 “INC5.2까지 이제 80일밖에 남지 않았다”며 “한국 정부를 포함한 회원국은 시민의 건강과 생태계, 기후를 보호하기 위해 생산 감축을 포함한 강력한 협약을 성안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