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현상은 서구 국가에서도 현재 진행 중이다. 출산율(‘합계출산율’을 지칭) 회복에 성공한 국가로 명성을 이어온 프랑스도 2010년 2.029명에서 2023년 1.659명으로 낮아져 사상 최저점을 기록했다(이전은 1993년 1.660명). 스웨덴 역시 2010년 1.98명까지 회복했으나 2023년 1.45명으로 낮아졌다. 이 역시 스웨덴 사상 최저 수준이다. 다른 유럽 국가들도 출산율이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고용, 주거 등 경제적 불안정과 더불어 전염병, 기후 변화, 전쟁 등 비경제적 요인들의 영향이 추가되면서 자녀관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의 출산율은 2024년 0.75명으로 유독 낮다. 서구 국가들의 출산율이 한국보다 높게 유지될 수 있는 것은 고용, 거주 등 거시적인 상황 및 정책 수준의 차이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 배경에도 기인한다. 구체적으로는 복지 수준이 높아 아동 양육의 안전망이 튼튼하여 그만큼 출산에 유리한 환경을 제공한다. 회교권 출신 이민자의 높은 출산율이 전체 출산율을 높이고 있다. 특히 혼외출산 비율은 2020년 유럽연합(26개 국가)의 경우 평균 41.9%로 한국의 2.5%(2024년 4.7%)에 비해 월등히 높다.
서구에서 혼외출산 비율은 어떻게 높아졌을까? 유럽 국가들은 1970년대 출산율이 인구대체수준 이하로 급격하게 낮아지는 경험을 했다. 68혁명의 영향으로 가족과 결혼제도에 대한 인식이 비판적으로 변화하고, 만혼과 비혼, 동거 등 새로운 생활양식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럽 국가들은 좌절하지 않고 문화적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사례로 프랑스는 다양한 가족 형태에 대한 선택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1972년 민법 개정을 통해 혼인 관계(‘결혼’은 법률혼을 지칭) 또는 비혼 관계로 태어난 모든 자녀가 동등한 대우를 받도록 했다. 1970년대 중반부터 동거, 별거, 이혼이 확산되고, 이러한 다양한 가족 형태와 생활 방식이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이러한 문화적 변화를 지원하기 위해 정부는 1999년 시민연대계약(PACS)을 도입하여 동거커플도 가족수당과 사회보장급여 등에서 결혼 부부와 동일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했다. 2005년 결혼 부모와 비혼 부모의 아이 사이 법적 구별도 폐지했다. 이처럼 프랑스는 가족 형태의 다양화에 대응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고, 그 결과 혼외출산 비율은 1998년 41.7%, 2020년 62.2%로 계속 높아졌다.
이삼식 한양대학교 고령사회연구원 원장·인구보건복지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