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농구 10개 구단 중 모기업과 연고지가 바뀌지 않은 곳은 창원 LG가 유일하다. 28년간 LG가 연고를 지킨 덕에 이 팀은 어떤 구단보다 열정적인 홈팬을 가진 곳으로 꼽힌다. 그만큼 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어떤 구단보다도 컸다. 10개 구단 체제가 완성된 1997∼1998시즌부터 리그에 참여했지만 오랫동안 챔피언결정전(7전 4승제) 우승컵을 안겨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첫 챔프전(2000~2001시즌)은 수원 삼성(현 서울 삼성)에게 1승4패로 졌다. 정규리그를 1위로 끝냈던 2013~2014시즌엔 울산 모비스(현 울산현대모비스)에게 2승4패로 패했다. 이후 LG에게 암흑기가 찾아왔고 챔프전은커녕 플레이오프(PO) 진출도 어려운 팀이 됐다.
LG는 조상현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2022∼2023시즌부터 달라졌다. 조 감독은 두 시즌 연속 LG를 정규리그 2위에 올려놨다. 문제는 PO였다. 조 감독은 앞선 두 시즌 4강 PO에 진출하고도 챔프전 무대를 놓쳤다. 하지만 2024∼2025시즌엔 달랐다. 정규리그 2위 LG가 마침내 1위 서울 SK를 물리치고 창단 첫 챔프전 우승을 달성했다. LG는 28년 만에 왕좌에 섰고, 조 감독은 큰 경기에 약하다는 꼬리표를 떼버렸다.
LG는 지난 17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SK와 챔프전 7차전에서 62-58로 승리했다. 1~3차전을 잡았던 LG는 4~6차전을 내주며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올 시즌 개막 전 SK에서 LG로 팀을 옮긴 허일영(40)의 활약에 7차전에서 승리하며 첫 우승 트로피를 품었다. 챔프전 1~3차전을 여유롭게 잡아낸 LG는 4차전부터 위기를 맞았다. 올 시즌 역사상 최소인 46경기 만에 정규리그 1위를 확정한 SK는 4∼6차전을 승리하며 LG를 압박했다. 7차전을 앞둔 조 감독의 머릿속은 복잡해질 수밖에 없었다. LG 주축이자 24살 동갑내기인 칼 타마요와 유기상, 양준석 모두 큰 경기 경험이 많지 않은 데다 6차전에서 풀타임을 뛰느라 체력적인 부담도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SK의 안방에서 마지막 경기를 치러야 했다.
통합우승에 실패한 SK는 재정비를 준비해야 한다. SK는 리그 최고 외인 자밀 워니(31)가 은퇴를 선언했고, 김선형(37)과 안영준(30), 오재현(26)이 자유계약선수(FA)가 돼 셈법이 복잡한 상태다. SK는 우선 워니의 은퇴를 만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