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사이 ‘안전’에 대한 관심과 각성은 크게 높아졌으며 이에 대한 다양한 대응 시스템 마련은 우리 사회가 당면한 과제가 됐다. 도로 분야에서도 현재 전국적으로 도심 지하차도와 대심도 터널 등 새로운 형태의 공간연결을 위한 교통혁신 방안이 도입되며, 이러한 시설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서울시에서도 영동대로 복합개발이나 동부간선도로 지하화처럼 각종 도로 지하화 사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터널이나 지하차도는 밀폐된 구조 특성상 차량 충돌로 인한 화재 등 비상상황에서 위험성이 더욱 가중되는 곳이다. 밀폐된 공간으로 연기와 유독가스가 빠르게 차오르는 상황에서 소방 및 구난 활동은 제약이 있으며, 대피경로도 한정돼 있어 위험성이 더 높아지는 장소적 특성을 갖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십여년 동안 ‘터널 안전디자인’과 관련한 기본기가 강화돼 왔다. 예를 들어 피난연결통로를 빠르게 찾을 수 있도록 녹색화살표를 대형으로 표시하거나 대피 비상구를 크게 표시하는 방법, 차량 대피가 가능한 대피로를 알리는 픽토그램 개발 등이 고속도로나 지하차도에 적극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사고 상황에서 이러한 안전디자인이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러 의문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실제 교통사고 현장을 보면 뿌연 연기 속에서 대피로를 찾을 수 있을까 많은 염려가 있었다. 이런 관점에서 화재안전 실험은 우리에게 많은 점을 시사해주었다. 녹색 비상구는 본래 태양광 하에서 가장 잘 인지되는 색채이기 때문에 고속도로 교통표지판을 비롯해 비상구 표지에서도 범용적으로 사용돼 왔다. 그런데 지하철 등 지하공간에서는 출구를 노란색으로 사용해 왔는데, 그 이유는 노란빛이 연기 속에서 가장 오래도록 잘 보이기 때문이다.
최성호 서울특별시 공공디자인진흥위원회 위원장·한양사이버대학교 건축공간디자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