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들로 꽃구경을 간다
공원으로 고궁으로 꽃을 보러 간다
가슴 가득 꽃향기를 담으러 간다
장마당으로 전철역으로 꽃구경을 간다
사람들 사이에 핀 꽃을 보러 간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핀 꽃에 취해서
아예 꽃이 된 사람들을 보러 간다
꽃향기보다 진한 땀 냄새를 맡으러 간다
사람들 사이에 잉잉대는 꿀벌을 보러 간다
꿀벌과 나비의 얘기를 들으러 간다
병실을 나오니 세상이 온통 꽃 천지여서
산으로 들로 꽃구경을 간다
사람들 사이로 꽃구경을 간다
꽃구경이라기보다 사람구경이라 해야 할 것이다. 꽃들 사이로 사람구경하러 가기. 꽃향기보다 진한 사람들의 땀 냄새를 맡으러 한길을 서성이는 시인의 모습이 선히 그려진다. 한동안 앓다 일어나 문을 연 세상은 온통 아름답다고. 오히려 전에 없이 너절하고 참혹해 보일 법도 한데, 이 순간 시인의 눈은 더없이 선하다. 순하다.
대체 어떤 힘이기에 이토록 사람을 긍정할 수 있는지. 사람 사는 세상을 애정할 수 있는지. 정말이지 궁금할 때가 많다. 사람인 나는 수시로 사람이 좋았다가 싫었다가 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사람을 피해 어디 멀리로 달아나고 싶다. 그런 때문인지 사람들 사이 피어난 꽃도 그만저만할 뿐. 밝고 맑은 것을 봐도 금세 지나치고 말뿐. 닫힌 문을 열지 못한 지 오래되었다. 병실에 누워 지내는 것도 아닌데.
어서 일어나 꽃구경을 가라, 늦기 전에 어서, 시인이 꼭 그렇게 다그치는 것 같다. 웃으며 등을 떠미는 것 같다.
박소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