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무디스마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하자 19일 국내외 금융시장이 출렁였다. 전문가들은 무디스의 하향조정이 예고됐던 만큼 충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지만, 관세협상 우려에 새로운 불안 요소가 더해졌다는 점에서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코스피는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강등 여파로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장중 2600선이 붕괴되기도 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 대비 13.17포인트(0.5%) 하락한 2613.70으로 출발한 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장중 한때 2593.44를 기록했다가 소폭 회복해 2603.42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외국인 투자자들과 기관들이 각각 1134억원과 1948억원의 매도우위를 기록했다.
무디스는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정부의 재정 적자가 확대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개선 가능성이 낮다”며 국가신용등급을 최고 단계인 Aaa에서 Aa1로 한 단계 낮췄다. 앞서 무디스는 2023년 11월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하면서 하향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그럼에도 강등 발표 직후 10년물 미 국채금리는 0.04%포인트 오르면서 4.49%까지 치솟았다. 신용등급 하향은 빚 갚을 능력에 대한 믿음이 떨어졌다는 의미여서 위험 프리미엄에 대한 요구와 채권 수요 감소로 금리 상승 가능성을 높인다.
국내는 주식시장보다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11년 8월 S&P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 발표 후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1067.4원에서 한 달 만에 1074.8원으로 올랐고, 피치가 미국 신용등급을 강등한 2023년 8월엔 1298.1원에서 1318.7원으로 급등했다. 안전자산인 달러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고, 신흥국 통화인 원화가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인 결과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95.1원으로 출발해 등락을 거듭하다가 전장보다 8.2원 오른 1397.8원에 마감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2023년 8월 당시와 유사하게 대내외 환경 변화에 따라 환율이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 불확실성이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경제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미 달러화는 2∼3분기 중 점진적인 약세를 보이고 4분기에는 관세정책 불확실성 해소와 경기 회복 기대가 맞물리며 반등하는 이른바 ‘U자형 경로’를 형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