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말의 싸움이다. 말에는 정치인의 신념과 윤리, 지향하고자 하는 목표와 국민을 향한 약속 등이 담겨 있다.
제21대 대통령선거 주요 후보들의 최근 유세 발언을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 후보별 메시지 전략과 핵심 키워드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12일부터 17일까지 유세 현장 발언, 공약 발표, 기자회견 등 발언 전수를 수집해 분석한 결과다.
6일 동안의 유세에서 이재명 후보가 가장 많이 쓴 단어는 ‘민주’였다. 그는 183회 ‘민주’를 사용했다. 이는 이 후보가 민주당 소속이라는 점과 함께,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과 탄핵을 계기로 치러지는 조기대선이라는 정치적 맥락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밖에 위기(84회)와 경제(80회) 등의 단어를 많이 사용했다. 이 후보는 유세에서 ‘계엄으로 인해 경제와 민생위기가 왔고, 이를 타파해야 한다’는 취지의 연설을 자주 한다. 이 후보는 12일 광화문 출정식 연설에서 “우리 앞에 놓인 지상과제는 무너진 민생과 민주주의, 평화를 회복하고 파괴된 경제를 되살리는 것”이라면서 “내란의 종식과 위기 극복은 그 첫걸음에 불과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준석 후보는 ‘교체’가 핵심 키워드로 나타났다. 12일 기자회견에서 그는 “이번 대선은 단순한 정권교체가 아니라 양당 구조의 거대한 두 탑을 무너뜨리고 대한민국 정치를 새롭게 다시 짜는 선거”라고 강조했다. 분석 결과 이 후보 발언 중 가장 많은 언급은 ‘책임’으로 9회였는데, 다른 두 후보에 비해 빈도수가 낮은 것에 대해 챗GPT는 “이준석 후보는 ‘양당 독점 해체’, ‘절차 개혁’, ‘세대 교체’ 등 각각의 현장·대상(중도층, 청년 등)에 따라 주제를 달리하며 어휘를 분산시켰다”며 “특정 키워드 하나에 몰입하기보다 여러 키워드를 고루 섞어 쓰면서 반복 횟수가 분산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