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4·10 총선을 앞두고 당시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부가가치세 절반 인하를 공약했다. 가공식품 등의 부가가치세를 현행 10%에서 5%로 깎아줘 물가 안정을 도모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필수 소비재에 부가가치세를 일률적으로 인하하게 되면 고소득층이 더 큰 혜택을 보게 되고, 재정건전성도 해친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결국 이 공약은 당시 여당의 대패 속에 실현되지 못했다.
큰 선거를 앞두고 감세 정책은 단골 메뉴로 거론된다. 이번 대선도 예외는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지난 2월 ‘월급쟁이는 봉인가’라면서 소득세 개편을 시사했고,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한 분과인 월급방위대 역시 소득세 기본공제 확대 등 근로소득세 감면을 언급한 바 있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소득세 기본공제 상향, 종합소득세 물가연동제 도입 등 각종 감세 공약을 제시했고,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도 법인세 국세분의 30%를 감면하고, 감면된 금액 전액을 지방세로 전환하는 등 감세를 지방균형 발전의 지렛대로 강조하고 있다. 그나마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가 상속·증여세 90% 인상, 순자산 100억원 이상 부유세 신설과 같은 증세를 전면에 내걸었다.
대규모 감세 정책, 특히 3대 세목(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을 건드리는 공약은 신중해야 한다. 우선 윤석열정부 3년 동안 각종 감세 조치로 재정 여력이 크게 약화됐다는 점에서 그렇다. 윤석열정부는 법인세 1%포인트 인하를 시작으로 종합부동산세 공제금액 상향 등 대규모 감세 조치를 단행했다. 출범 첫해 세제개편안 하나만으로 줄어드는 세수가 2027년까지 60조3000억원(누적법 기준)이 넘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감세 조치가 복원되지 않을 경우 차기 정부 5년간 세수 감소 규모가 100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추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