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학모 ‘송도향’ 양조장 대표 “시류 좇지 않고 전통주 한길… 삼양춘 진가 12년 만에 인정”

강학모 ‘송도향’ 양조장 대표

인천 전통주 1호 양조장 운영
삼해주 기법 인천 특산주 첫선

우리나라에는 각 도시마다 그 지역의 오랜 역사와 문화를 담은 술이 있다. 조선시대 3대 명주 하나로 전통 소주에 배와 생강이 들어가는 전주 이강주, 청주를 증류시켜 만든 알콜 도수 45도의 경북 무형문화재 안동소주, 충남 서천군 한산면 일원에서 전승되며 ‘앉은뱅이술’로도 불리는 한산 소곡주 등등.

강학모 ‘송도향’ 대표가 21일 인천 남동구 사무실에서 “인천 1호 전통주로 명예를 오래도록 유지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인천 문학산성 아래에 삼해주 고개가 있어요. 이런 상징성을 담아서 빚은 게 바로 삼양춘(三釀春)입니다.”

 

인천 전통주 1호 양조장을 운영 중인 강학모 ‘송도향’ 대표는 관내에서 특산주를 처음 선보인 주인공이다. 21일 남동구 호구포로의 송도향 사무실에서 만난 강 대표는 “삼양춘(탁주·약주·청주) 시리즈는 내가 태어나고 자란 인천의 역사적인 맥락과도 직접 맺어진다”며 “쌀과 누룩 그리고 물로만 12일 간격으로 3차례에 걸쳐 발효시켜 완성하는 ‘삼해주’ 기법이 사용되기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쓸쓸한 집 적막하여 참새를 잡을 만한데, 어찌 군후의 방문 생각이나 했으랴’, ‘다시 한 병의 술 가져오니 정이 두터운데, 더구나 삼해주 맛 또한 뛰어났네’.

 

백제 시조 비류의 흔적이 남은 삼해주 발자취는 고서에서도 나타난다. 가장 오래된 기록은 고려시대 최고 문장가인 이규보가 삼해주를 선물 받고 감탄하는 시를 남긴 ‘동국이상국집’이다. 유별난 애주가로 인천에 살던 그가 즐겼던 술이 삼해주라고 전해진다. 2008년 금융 공기업에서 명예퇴직하고 인생 2막을 준비하던 강 대표에게 삼해주는 그 고유의 매력으로 잠재력이 큰 사업 아이템이었다.

“어머니는 명절 때면 김포평야 질 좋은 쌀로 동동주를 만들어 이웃들과의 식탁에 올리곤 했습니다.”

 

유년기 시절 추억과 어머니의 기억이 자연스레 떠오르는 게 삼양춘이라고 강 대표는 설명한다. 초기 자본이 넉넉하지 않았던 탓에 2010년 연수구 한 아파트를 사무실로 삼아 전통주 양조라는 긴 여정의 첫 발을 내디뎠다. 강 대표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시음하고, 집으로 돌아와 실제 빚으며 1년 넘게 시행착오를 겪었다”며 “그렇게 2013년 지역의 농산물만을 원료로 첫 막걸리 제품이 출시됐다”고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시장의 반응은 차가웠다. 병당 1만원 수준의 비싼 가격이 주된 이유였다. 과거 제조법 그대로 인공 감미료를 전혀 첨가하지 않고, 오랜 기다림 끝에 탄생시켰지만 시중의 2000∼3000원짜리 탁주들과 비교되기 일쑤였다. 강 대표는 “당시 프리미엄 막걸리에 대해 주류 소비자들의 인지도가 매우 낮았다”면서 “톡 쏘는 탄산감이 세고 공장에서 막 출하된 것들의 선호도가 높았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반면 삼양춘은 효모 발효를 완전히 끝내는 게 특징이다. 이로 인해 탄산은 일절 없고, 크림치즈 같이 농도가 진하지만 목넘김이 매우 부드럽다. 알코올 함량도 12.5%로 도수가 상대적으로 높다. 강 대표는 “힘든 시기를 묵묵히 견뎌내며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며 “이런 노력에 소비자들도 ‘깊은 맛이 느껴진다’는 반응과 함께 까다로운 공정 및 품질 관리를 높게 평가하는 이들이 갈수록 늘어났다”고 밝게 웃었다.

 

삼양춘의 알찬 결실은 주요 품평회에서 잇따른 수상으로도 나타났다. 국내의 대형 주류대상 박람회에서 삼양춘 막걸리가 2018년 프리미엄 탁주부문 대상에 오른 데 이어 고급형 쌀 와인 ‘오마이갓 스파클링 봄꽃’이 지난 3월 비탁주부문 최고상을 차지했다. 앞서 강 대표는 2022년 스타 셰프와 협업해 오마이갓 시리즈를 내놨고, 강화도 고구마를 주원료로 한 증류식 소주 ‘무크리(동로마에서 불린 고구려 이름)’ 출시를 준비 중이다.

강 대표는 음주에 대한 소신으로 ‘희로애락(喜怒哀樂)’을 평소 언급한다. 그는 “술은 인간관계를 만족스럽게 이어가기 위한 수단이 된다. 기쁘고 노여워하며 슬픔·즐거움, 때와 장소에 따라서 마시는 방법이 달라야 한다”면서 “그렇지만 결국 주량을 넘어서는 안된다. 어려운 일이테지만∼”이라고 자신의 생각을 들려줬다. 

 

송도향의 청사진에 20여년 동안 전통주 경험과 노하우 기반의 연구개발 위주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힌 강 대표. 그는 “업계에 남아도는 유휴설비를 이용해 얼마든지 양질의 중저가 제품군을 공급하면서 대중성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본다”며 “인천의 명주로서 계속 살아남고자 부단한 노력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