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바티칸에서 교황 레오 14세를 알현하고 희생자 사진에 축복을 받았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에 따르면 21일(현지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교황 즉위 이후 처음 열린 일반 알현 행사에서 13번째 대상자로 고 이상은씨의 아버지 이성환씨와 어머니 강선이씨가 레오 14세를 만났다고 밝혔다. 교황은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매주 수요일 일반 알현 행사에서 신자들과 만나 교류한다.
별이 된 159명에 안식을… 21일(현지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교황 레오 14세(오른쪽)가 이태원 참사 유가족 강선이씨(왼쪽)의 손을 잡고 이야기를 듣고 있다.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제공
이번 알현은 유가족 측의 신청으로 이뤄졌다. 당초 유가족 측의 알현 요청에 교황청이 ‘가능하다’고 회신한 것은 지난 2월이었으나,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으로 일정이 불투명한 상태였다. 이후 레오 14세가 즉위하면서 이날 일반 알현 행사가 마련됐고 알현이 이뤄졌다.
교황은 강씨의 손을 잡은 상태로 이야기를 경청했다고 한다. 이어 유가족들이 가져간 희생자 사진에 축복을 해준 것으로 전해졌다.
강씨는 교황에게 “3년 전 이태원 참사로 외동딸을 잃어 제 마음은 산산이 조각났다”며 “그 끔찍한 밤 세상을 떠난 제 딸과 나머지 158명의 영혼을 보살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유가족들은 여전히 답을 찾고 있다.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진실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기리는 보라색 리본과 별 배지를 교황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이씨는 “교황의 축복 속에 159명의 아이들이 영원한 안식과 평화를 누리길 소망하는 자리였다”고 전했다.
이날 교황은 세계 각국에서 일반 알현을 위해 온 신자들에게 “하느님의 씨앗은 어떻게든 열매를 맺는다”는 첫 공식 메시지를 남겼다. 교황은 “주님의 말씀이라는 이 씨앗을 언제나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 은총을 바라자”면서 “우리가 비옥한 땅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더라도 낙담하지 말고, 더 나은 토양이 되도록 주님께서 더욱 힘써주시길 기도하자”고 말했다.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인 유흥식 추기경도 이날 유가족의 교황 알현 소식을 듣고 축복의 인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