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에서 죽은 비둘기를 봤다. 천변에서는 죽은 지렁이를, 시장에서는 죽은 물고기를 봤다. 죽은 닭을, 소를, 돼지를…. 집 안 거실에서는 죽은 꽃을 봤다. 화병에 꽂혀 시취(屍臭)를 뿜어대고 있었다.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낯선, 신기하기도 징그럽기도 한 죽음의 현장. 그것을 보고 겪은 이상 결코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비에 젖은 채로 죽어 있는 까마귀를 본 이상 해변은 더 이상 낭만이 넘실대는 바닷가일 수 없다. 까마귀의 죽음은 놀랍도록 거대해져 해변을 잠식하고 만다. 죽음은 그런 것이다. 아마도, ‘나’와 ‘너’ 누구도 그 음영을 피할 수 없는 것. 사는 동안 계속해서 목도하게 되는 것. 그리하여 점차로 어두워지는 것. 불행히도, 주변은 온통 검고 순식간에 더 검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