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이 저물어간다. 아이들 데리고 교외로 여행 다녀오고 근사한 외식도 했지만, 고민의 굴레는 끝나지 않는다. “자, 이제 또 어딜 가서 뭘 할까.” 이럴 때 영화관 나들이는 어떨까. 마침 꼬마 관객과 함께 온 가족이 즐길 만한 영화가 극장가에 풍성하다. 가족 전체에게 감동을 안길 전체관람가 영화 세 편을 모았다.
◆매서운 흥행 돌풍 ‘릴로 & 스티치’
원작인 2002년 동명 애니메이션과 마찬가지로 영화는 파란 코알라처럼 생긴 외계 생명체와 친구가 되는 하와이 소녀의 이야기를 그렸다. 외계 행성에서 괴짜 과학자가 살상 목적으로 만든 실험체 ‘626’이 탈출해 지구로 향한다. 사고로 부모를 잃고 언니와 단둘이 남겨진 6살 ‘릴로’는 훌라댄스 수업에서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한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외톨이 릴로는 동물보호센터에서 우연히 만난 ‘626’에게 한눈에 반하고, 그를 집으로 데려가 ‘스티치’라는 이름을 붙인다.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팬들이 원작에서 사랑한 모든 요소를 고스란히 보존했다는 점이다. 원작에 없던 이야기와 캐릭터를 창조하거나 현대식으로 재구성하려는 야망 따위는 버리고 원작을 존중하는 노선을 택했다.
‘스스로 선택한 이들과도 가족이 될 수 있다’는 따뜻한 메시지와 짓궂지만 유쾌한 코미디. 여기에 릴로를 연기하는 실제 하와이 출신 배우 마이아 케알로하의 사랑스러움과 아름다운 하와이 풍광, 짜릿한 서핑 장면이 금상첨화를 이룬다.
◆韓 원작, 日 기술력 만나 탄생한 애니 ‘알사탕’
28일 롯데시네마에서 개봉하는 단편 애니메이션 ‘알사탕’은 아동문학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상’ 수상자인 백희나 작가의 ‘알사탕’과 ‘나는 개다’를 원작으로 삼았다. 좀처럼 남에게 말을 건네지 못하는 ‘동동이’가 신비한 알사탕을 먹고 타자들의 속마음을 듣게 되는 이야기를 그렸다.
제작은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만든 일본 최대 애니메이션 제작사 도에이애니메이션이 맡았다. 유명 애니메이션 감독 니시오 다이스케와 프로듀서 와시오 다카시가 콤비를 이뤄 영화화를 이끌었다. 그런데도 ‘알사탕’을 보고 ‘일본 애니’를 감상한 듯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한국적 정서를 포함한 원작의 정체성과 독창성을 보호하기 위해 제작진이 부단히 노력한 결과다.
와시오 다카시 프로듀서는 23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동동이를 일본 아이처럼 표현하지 않기 위해 감독과 수많은 논의를 거쳤다고 밝혔다. 수차례 한국 로케이션으로 작화의 토착성을 더했고, 제작 중간중간 백 작가의 감수를 받았다. “니시오 감독이 한국 로케이션 때 까치를 굉장히 많이 봤다는 얘기를 하기에 찾아봤더니 까치가 한국에 많은 새라더군요. 그래서 영화 첫 장면부터 까치를 등장시켰어요. 저희가 한국을 여러 번 방문하지 않았다면 까치가 아니라 (일본에 많은) 까마귀가 등장했을 수도 있습니다.”
◆지브리 세계 입문작 ‘미야자키 하야오…’
챗GPT로 ‘지브리풍’ 이미지를 만들며 자녀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만, 정작 스튜디오 지브리를 만든 미야자키 하야오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하는 당신이라면, 28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미야자키 하야오: 자연의 영혼’이 압축적인 입문 작품이 되어줄 것이다.
스튜디오 지브리 설립 40주년을 기념해 프랑스 감독 레오 파비에가 연출한 이 다큐멘터리는 ‘전쟁과 평화’, ‘생태주의’ 등 키워드로 그의 작품 세계를 소개한다. 1941년 전쟁 한복판의 일본 도쿄에서 태어나 공습의 상흔이 아물지 않았고, 미나마타병 사태 등 생태재앙과 버블 경제 붕괴, 고베 대지진과 옴진리교 사건,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 쇼크를 겪으며 자신이 직면한 절망과 혼돈을 작품으로 승화한 미야자키 하야오의 궤적이 집약적으로 담겼다.
감독의 과거 인터뷰 푸티지와 대담집 속 목소리를 통해 그의 사상을 집약할 뿐 아니라, 필리프 데스콜라·후쿠오카 신이치·티모시 모튼 등 유수의 석학을 인터뷰이로 초청해 지브리 애니메이션 속 독창적인 사유를 들려준다. 지브리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학구적이고도 모범적인 다큐멘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