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1등은 다 여자야.”, “판사 임용도 여성이 많은 지 오래됐어.” 이런 얘기를 흔히 듣는다. 요즘 아들들은 딸들보다 뒤처진다는 것이다. 느낌이 아니다. 통계다.
국가통계연구원에 따르면 남녀 대졸자 비율은 1990~1994년생 기준으로 남성 65.3%, 여성 78.5%다. 2009년 처음 역전됐는데 격차가 계속 벌어졌다.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미국에서도 1960년에는 여성의 38%만이 대학에 갔는데 60년이 지난 현재 여성의 66%가 대학에 진학한다. 남성은 이 비율이 54%에서 57%로 소폭 늘었을 뿐이다.
김상훈 실버라이닝솔루션즈 대표
한국에선 아들을 둔 학부모가 남녀공학 고교를 기피한다. 내신 성적이 좋고 성실한 여학생들에게 남학생들이 뒤진다는 이유에서다. 고교 학력 격차가 한국보다 큰 미국에는 구체적 통계가 있다. 미국 교육부에 따르면 1990년 고교 졸업생 평점은 남학생이 4점 만점에 2.59였는데 여학생은 2.77로 0.18점 높았다. 2019년 이 차이는 남학생 3.00, 여학생 3.23으로 더 크게 벌어졌다.
뒤처지는 소년들은 좌절에 빠진다. 소년들은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 처음 작은 사회와 접하는데, 이때 자신보다 신체적 정신적 발달이 상대적으로 빠른 소녀들을 만나게 된다. 게다가 어린 소년들의 주위에는 남자 어른이 늘 부족하다. 국내 초등교사 여성 비율은 2024년 70.6%로 20년 전(57.1%)보다 크게 늘었고, 유치원 교사 비율은 2005년 이후 계속 98%를 웃돈다.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인데 2021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유치원 및 어린이집 교사 여성 비율 평균 또한 95.9%에 이른다. 즉 소년들은 소녀들보다 발달도 늦고, 교사로부터 이해받기도 쉽지 않은 이중고를 겪게 된다. 이렇게 남녀 사이에 생겨난 초기 격차는 발달의 시간차가 줄어드는 사춘기 이후에도 쉽게 따라잡히지 않는다.
과거에는 이런 차이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역설적으로 성차별과 남성중심주의 탓이었다. 산업화 시기의 어린 남학생들은 “남자인 너희가 참으라”는 말을 상대적으로 더 잘 견뎠는데, 어차피 취업이나 승진 기회가 남성에게 더 많이 돌아오던 시대였기 때문이다. 마치 군대에서 이등병에게 “너도 고참이 될 테니 참으라”고 말하는 것처럼.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학생 시절의 차이는 대학 진학, 첫 직장으로 이어지며 사회경제적 차이가 된다. 현재의 소년들이 미묘한 불만을 갖게 되는 이유 중 하나다.
그렇기 때문에 유치원, 초등학교에 더 많은 남성 교사를 채용하는 것처럼 세대 특성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미국 노동통계국 조사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남성들이 많이 맡았던 블루칼라 일자리는 기계화와 세계화의 여파로 계속 줄었다. 이 와중에도 여성들은 남성들의 직업 영역으로 꾸준히 진출했다. 반면 남성은 간호조무사, 유치원 교사 같은 여성들의 직업 영역에 거의 진출하지 않았다.
첫 번째 문제는 여성들의 일자리가 블루칼라 일자리보다 보상이 적다는 점이었고, 또 다른 중요한 문제는 남성들이 여성의 일을 한다는 사회적 시선을 꺼린다는 점이었다. 결국 과거의 남성중심 문화가 만든 차별적인 보상구조와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오늘날의 젊은 남성들을 괴롭히는 셈이다.
그렇다면 다시 질문할 차례다. 아들들은 정말로 딸들에게 뒤처진 것일까, 아니면 우리 사회가 아들들에게 딸들의 자리로 나아가지 못하도록 하는 굴레를 채운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