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과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는 캐나다의 법률적 국가원수인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27일(현지시간) 캐나다의회 개원식에서 ‘왕좌의 연설’(The Speech from the Throne)에 나섰다. 핵심은 ‘캐나다의 자주성’이었다.
왕좌의 연설은 국왕이 의회 개원을 알리고 정부의 국정 운영 방향을 설명하는 자리로 관례에 따라 캐나다 정부가 연설문을 작성하고, 국왕은 내용에 대한 책임만 진다. “캐나다가 미국의 51번째 주가 돼야 한다” 등 불편한 압박에 거리낌이 없는 트럼프 대통령을 캐나다 정부가 찰스 3세의 입을 빌려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캐나다 수도 오타와에서 열린 이날 연설에서 찰스 3세는 “비록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지난 수십 년간 캐나다인들에게 번영을 가져다준 개방적 글로벌 무역 체제가 변화하고 있다. 동반자 국가들과 캐나다의 관계 역시 변화하고 있다”고 최근 국제 정세 변화를 언급했다. 이어 “(이런 변화 속에서도) 민주주의와 다원주의, 법치주의, 자결권, 자유는 캐나다인들이 소중히 여기는 가치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캐나다 정부는 이 가치들을 반드시 보호하겠다고 다짐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고 또다시 캐나다가 미국의 51번째 주가 돼야 한다는 기존 주장을 반복했다.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최근 미국이 발표한 우주공간 기반 미사일 방어망인 ‘골든돔’에 캐나다가 동참 의사를 밝힌 것과 관련해 “(캐나다가) 51번째 주가 되면 한 푼도 들지 않을 것”이라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는 미국의 멋진 골든돔 시스템의 일부가 되고 싶어한다”면서 “만약 그들이 별도 국가로 있는다면 그것(골든돔)은 (캐나다에) 610억달러(약 84조원)의 비용이 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우주 기술을 활용해 미국 본토를 지키는 미사일방어망인 골든돔을 자신의 임기 중에 실전 배치하겠다고 발표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하루 뒤 기자회견에서 “캐나다는 투자 협력을 통해 골든돔을 완성할 역량을 지녔다. 골든돔은 현재 우리가 검토 중인 사안”이라고 밝히며 프로젝트 참여 의사를 비쳤다. 카니 총리는 골든돔 참여 문제로 트럼프 대통령과 여러 차례 통화한 사실도 공개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를 또다시 자극하면서 골든돔과 관련된 양국 협의도 어려워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