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도 맞히고 방역기준도 지켰는데, 살처분하니까 보상금이 깎인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이럴 거면 도대체 왜 방역에 투자했는지 모르겠어요.”
경북 김천에서 산란계를 키우는 A씨는 지난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이후 정부 방역기준에 따라 전실(소독시설)을 설치하고 방역일지를 기록하는 등 강화된 기준을 충실히 따랐다. 농림축산식품부의 방역기준 유형 ‘가’ 등급을 획득했지만, 인근 농장에서 AI가 발생하면서 A씨의 농장도 예방적 살처분 대상이 됐다. 문제는 이후였다. 감액 규정이 중복 적용돼 보상금이 두 차례나 삭감된 것. 정부의 기준대로 방역을 했지만, 막상 보상단계에서는 이행 여부와 무관하게 기계적 감액이 적용됐다.
이처럼 방역 우수 농가조차도 실질적 혜택을 체감하지 못하는 사례가 잇따르자 정부가 제도 손질에 나섰다. 가축 살처분으로 인한 축산 농가의 부담을 완화하고, 방역의식을 제고하기 위한 조치다.
이번 개정안은 보상금 감액 기준의 중복 적용 문제도 정비했다. 예를 들어 방역기준 유형 ‘가’를 받은 농가가 전실을 설치하지 않은 경우, 기존에는 감액 항목이 중복 적용돼 이중 삭감되는 사례가 존재했다. 이를 개선해 동일 위반 사안에 대해서는 하나의 기준만 적용되도록 했다. 감액 기준을 명확히 해 농가의 혼란과 불이익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신종 가축전염병에 대한 감액 기준도 신설됐다. 2023 국내에 처음 발생한 럼피스킨병은 백신 접종과 매개 곤충(모기, 파리 등) 방제로 충분히 예방이 가능하지만, 백신 미접종 등으로 인한 방역 실패 사례가 잇따르며 보상 책임 논란이 제기됐다.
이에 정부는 럼피스킨병을 구제역, 아프리카돼지열병 등 기존 감액 대상 전염병과 동일한 기준으로 분류하고, 발생 농장에 대해 보상금 20% 감액이 가능하도록 했다.
검사나 주사 등으로 죽은 가축의 보상금 지급 기준도 변경됐다. 현재는 검사·주사 등으로 죽은 가축과 사산 또는 유산된 가축 태아의 경우 가축 및 가축 태아 평가액의 80% 보상금을 지급했다. 이는 검사·주사 등을 실시한 날부터 실제로 죽거나 사산·유산된 날까지 소요된 사육 비용에 대해서는 보상이 어렵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이번 개정으로 보상금 지급 기준을 검사·주사 등을 실시한 날이 아닌 죽거나 사산·유산 등이 발생한 날의 가축 및 태아의 평가액으로 변경됐다.
이 밖에도 △방역기준을 두 가지 이상 위반한 경우 위반 항목별로 각각 감액 적용 △오염물건 소각 시 감액 적용 대상 가축전염병의 범위 명확화 △방역교육 이수 인정 기간 확대 등 총 7개 항목의 개선안이 함께 반영됐다.
정부는 이번 제도 개편이 방역 수준을 끌어올리는 농장 단위 자율 방역 체계 구축의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향후 ‘질병관리등급제’를 중심으로 방역기준과 보상체계를 통합 운영하는 중장기 개편도 예고한 상태다.
최정록 농식품부 방역정책국장은 “방역 우수 산란계 농장에 대한 혜택 부여를 통해 산란계 농장의 방역 수준을 제고하고, 럼피스킨병 발생 시 감액 기준을 마련해 축산 농가의 백신 접종 및 매개체 곤충 방제 참여율을 높이는 등 농장 단위 자율 방역 체계 구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