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과 미국이 1943년 북대서양에서 연합군 수송선을 노리던 독일 잠수함 ‘U보트’에 중대한 타격을 입히고 제해권을 다시 가져온 것은 해군력 덕택이었다. 대서양을 지나는 해상 수송로를 지킬 수 있게 되자 미국산 군수품이 대거 유럽으로 향했고 제2차 세계대전의 균형추는 완벽하게 연합군 쪽으로 기운다. 해군력의 상징인 항공모함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미국 예일대 역사학과 교수인 폴 케네디가 2022년에 쓴 ‘대해전, 최강국의 탄생’(원제 Victory at Sea)의 내용이다.
2023년 하반기부터 예멘 후티 반군은 팔레스타인과의 연대를 명분으로 홍해에서 선박 공격과 상선 납치 등 전례 없는 해상 테러를 자행했다. 지난 3월에는 반군이 드론(무인기) 등을 활용해 미군 항모 해리 S 트루먼 호와 부속 군함을 공격하기도 했다. 미군은 피해가 없었다고 밝혔으나, 드론을 동원한 항모 공격에는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었다. 저비용·고효율 드론 공격이 국가 차원의 대응을 요구하며, 위협의 완벽한 제거 또한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다. 더구나 전파 교란(재밍)을 피해갈 수 있는 인공지능(AI) 드론까지 개발된 마당 아닌가. ‘불가침’ 항모 시대를 이어가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