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과 우주의 진리를 찾고자 했던 인류는 일찍이 종교를 창안했다. 변화무쌍한 자연 속에서 삶의 중심을 잡기 위한 근본가르침을 제공해온 종교(宗敎). 종교는 삶과 죽음에 관한 마루(宗)되는 이정표를 제시해 왔다. 생로병사의 고통의 세계 속에서 참된 평화와 열반을 지향하며 깊은 지혜와 실천을 보여줬다. 지금까지 주요 4대 종교는 각 성인(聖人)의 가르침을 중심으로 제자들이 만들어 확산해 왔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고등종교들, 즉 기독교, 불교, 유교, 이슬람교 등은 모두 인구팽창·문명화와 더불어 요청된 합리성의 강화로 기원전 5세기 추축(樞軸)시대를 전후로 생겨났다. 합리성의 강화는 국가의 질서를 유지하고 통일된 국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조처였다. 역사를 통해 세력을 확장해온 이러한 고등종교들은 대체로 가부장·남성중심의 경향이 강하다. 남성 위주로 나왔기 때문에 그동안 종교사에서 하늘어머니, (참)부모로서의 신(神) 이해가 온전히 드러나지 못했다. 남성 위주의 이성을 중심으로 하는 종교들은 저마다 자신의 교리체계와 도그마로 인해 장벽을 쌓고 있다. 따라서 이제 우리는 모성(성)의 가치를 함께 고려하는 하늘부모로서의 신 이해와 더불어 고등종교의 벽을 허물어가지 않으면 평화세계로 가기 어렵다. 적어도 고등종교들끼리는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교류하면서 벽을 허물어가야 한다.
◆하늘부모님성회시대, 선민의식을 일깨우다
◆성스러운 어머니의 마음, 생명·평화세계를 열다
공생·공영·공의의 세계. 그 세계는 어떻게 가능할까. 공(共)의 가능근거는 무엇일까. 이러한 물음을 던지며 우리는 역사이전의 오래된 종교에서, 원시반본(原始反本)의 지혜를 되새겨 본다. 문명화 이전, 인간의 때가 덜 묻은 구·신석기 시대 신화와 종교에서는 땅의 물질성과 생명성에 기반한 위대한 어머니 여신 신화를 말하고 있다. 어머니 여신 신화체계에서 신들은 풍요와 다산, 출산과 양육을 관장하였다. 동양에서는 ‘마고’, 서양에서는 ‘가이아’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한민족은 단군 신화를 중심한 남성중심의 하나님과 더불어 여성 신화인 마고 신화를 통해 어머니 하나님을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
특히 마고 신화는 기본적으로 ‘땅의 관점’에서 내용을 전개하고 있다. 여기서 ‘땅의 관점’이라는 것은 ‘여성의 관점’이고, ‘여성의 관점’은 ‘몸의 관점’을 의미한다. 우주는 ‘하나의 몸’이고, ‘하나의 소리’인 셈이다. 즉 우주는 하나의 몸처럼 연결되어있고, 하나의 소리처럼 조화를 이룬다. ‘땅의 관점’에서 출발하고 있는 마고 신화는 하늘보다는 땅과 바다를 중시한다. 땅과 바다의 특성에서 우리는 공생을 위한 지혜를 배울 수 있다. 모든 생명을 살리는 땅, 모든 걸 받아주는 바다. 땅과 바다는 바로 성스러운 어머니(holy mother)의 마음을 비유한다. 이러한 어머니의 마음이 바로 공(共)의 가능근거다. 그동안 역사를 통해 힘을 발휘해 왔던 남성 중심의 패권세계에 숨겨져 있던 여성성, 모성애의 중요성과 역할이 요청되고 있다.
지구촌이 하나가 된 오늘날, 더 이상 종래의 습관대로 강대국이 약소국을 침략하고 땅을 빼앗고 지배하는 방식으로는 공생·공영·공의의 세계로 가기 불가능하다. 이제 평화는 선택적 사항이 아니라 그것을 달성하지 못하면 인류의 공멸도 피할 수 없는 현실에 이르렀다. 남성적 힘에 기초한 가치관만으로는 부족하다. 여성(성)의 가치, 특히 성스러운 어머니의 마음에 바탕한 삶의 거버넌스의 요청이 시급하다. 인류문명을 남성중심의 전쟁체제에서 여성중심의 평화체제로 개편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감에 직면하고 있다. 인류는 이제 그동안 잊어버렸던 지구 어머니, 여신의 회복에 힘써야 한다. 이러한 때에 마고 신화의 피가 흐르고 있는 한민족, 반만년 동안 고난을 겪어온 한민족은 생명을 살리고 평화를 사랑하는 DNA를 가진, 모성성의 심층심리를 가지고 있는 마고 신화의 후예다. 생명과 평화세계를 위한 사도, 선민으로서 한민족 대서사의 역사를 써야 할 책임이 도래하고 있다.
조형국(글로벌비전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