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를 앞두고 5대 시중은행 예·적금 상품에 약 20조원이 유입됐다. 수신(예금)금리 하락을 예상한 금융소비자들의 막차 수요가 몰리면서다. 실제로 은행권은 기준금리 인하 직후 재빨리 예·적금 금리부터 내렸고 일부는 대출금리를 되레 올리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총수신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2085조4885억원으로 전월 대비 16조1837억원 불어났다.
상품별로는 정기예금 잔액이 4월 말 922조4722억원에서 지난달 말 940조8675억원으로 한 달 새 18조3953억원 급증했다. 정기예금 잔액은 3월 약 15조6000억원 급감한 뒤 4월에는 큰 변동이 없다가 지난달 들어 크게 늘었다. 5월 정기적금 잔액(41조6654억원)도 전월보다 1조1964억원 늘었다.
인터넷전문은행 3사도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직후 예금 금리를 일제히 낮췄다. 토스뱅크는 기준금리 인하 다음 날인 지난달 30일부터 예·적금 기본금리를 최대 0.30%포인트 내렸다. 케이뱅크도 정기예금과 수시입출금이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파킹통장 금리를 0.10%포인트씩 내렸다. 카카오뱅크는 기록통장과 파킹통장, 개인사업자 전용 입출금상품 등 수신상품 3종의 기본금리를 각각 0.20%씩 낮췄다.
은행권 예금 금리는 기준금리 인하가 본격 시작된 지난해 하반기부터 7개월 연속 떨어지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저축성 수신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지난해 10월 연 3.37%에서 올해 4월 연 2.71%까지 떨어졌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후인 이달 2일 은행연합회 소비자 포털에 공시된 5대 은행의 대표 정기예금 상품의 최고 금리(1년 만기)는 연 2.55∼2.85%로 집계됐다. 약 한 달 전인 지난달 4일(연 2.58∼3.10%) 대비 상단이 0.25%포인트 떨어지며 3%대 금리를 주는 상품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한은이 올해 하반기에도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예금 금리 하락세도 계속될 전망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29일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2.75%에서 2.50%로 내린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당초 예상보다 성장세가 크게 약화했기 때문에 향후 인하 폭이 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4명도 향후 3개월 이내에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반면 대출금리는 일부 올라가거나 요지부동이다. KB국민은행은 4일부터 비대면 주택담보대출(주택구입자금 용도 한정) 금리를 0.17%포인트 인상하기로 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선제적 가계대출 관리를 위한 조치로, 4일부터 비대면·대면 대출금리가 같아진다”고 밝혔다. 신한은행은 4일부터 현재 30년인 주택담보대출 최장 만기를 지역이나 자금 용도 등에 관계없이 40년으로 연장하기로 했다. 대출금리를 내리는 대신 만기 연장을 통해 대출 한도를 늘려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