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4일 취임 일성으로 인공지능(AI)·반도체 등 첨단 기술 산업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과 네거티브 중심의 규제 정책 등을 예고하면서 그간 글로벌 경영 불확실성에 고전하던 경제계는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는 모습이다.
다만 향후 기업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법 개정안과 '노란봉투법' 재추진 등도 이 대통령의 공약에 포함됐던 만큼 긴장감을 늦추지 않으면서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회를 찾아 취임 선서를 한 후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며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고 약속했다.
경제계는 기업의 발목을 잡는 과도한 규제에 대한 개선도 기대하고 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은 "기업이 살아야 경제가 살고 일자리가 늘어난다"며 "기업 성장을 저해하는 각종 규제를 과감히 개선하고, 유연한 노동시장과 안정적인 노사관계를 구축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최근 한 좌담회에서 "기업이 '이런 걸 해도 되나요'라고 물었을 때 '뭐든지 하세요'라고 할 수 있도록 열린 마음과 열린 규제가 필요하다"며 네거티브 방식의 규제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취임 연설에서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기업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규제는 네거티브 중심으로 변경하겠다"며 "기업인들이 자유롭게 창업하고 성장하며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든든하게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했다.
재생에너지 중심 사회로의 조속한 전환 등과 관련, 새로운 사업 기회가 열릴 것으로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이 대통령의 취임사를 한 단어로 표현하면 '소·대·장'(소통·대화·성장)"이라며 "소통과 대화 복원을 통해 개인·기업·사회는 물론 지역·문화 등 다방면에서 성장과 발전을 모색하겠다는 다짐으로 요약된다"고 말했다.
다만 이 대통령이 내걸었던 공약 중 상법 개정안과 노란봉투법 재추진 등은 향후 기업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긴장하는 분위기도 역력하다.
여기에 주 4.5일제와 정년 연장 등의 공약도 현실화할 경우 기업 부담 증가가 불가피한 만큼 가뜩이나 어려워진 경영 환경이 더 악화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 대통령이 이날 "성장의 기회와 과실을 고루 나누는 것이 지속 성장의 길"이라며 "성장과 분배는 모순 관계가 아닌 보완 관계인 것처럼 기업 발전과 노동 존중은 얼마든지 양립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을 두고도 이 같은 정책 추진에 무게를 싣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일단 기업들은 '정중동'의 분위기다.
삼성과 SK 등 주요 기업들은 구체적인 입장을 내지는 않았지만, 평소처럼 예정된 내부 회의를 열고 기업과 관련된 새 정부의 정책 과제를 살펴보고 초대 내각 인선 등의 동향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특히 각 기업의 대관 조직은 이 대통령의 공약을 면밀히 살펴보며 향후 대응 방안 등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LS그룹의 경우 사업 부문별로 대선 이후 새 정부의 정책과 방향 등에 대해 검토하기 위한 취합 작업에 돌입했다.
재계 관계자는 "그간 리더십 공백으로 글로벌 관세 정책 등에서 한계가 있었던 만큼 적극적으로 방안을 모색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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