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25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는 제4회 막걸리 엑스포, ‘막스포’ 행사가 열렸다. 100여 곳이 넘는 양조장이 새로운 막걸리를 선보인 행사장은 신상 막걸리를 찾는 MZ세대가 대거 몰리며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번 막스포의 주요 목적 중 하나는 막걸리를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는 것이다. 와인과 맥주, 일본의 사케 등이 속속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고 있기 때문이다.
막걸리를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일본은 사케를 ‘일본인의 세심함과 정중함, 기다림이라는 인내를 담은 문화’로 정의했다. 효모라는 생물과 발효의 섭리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는 섬세함이 필요하고, 자연이 움직여준다는 술에 대한 존중과 정중함, 숙성을 기다리는 인내가 술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막걸리에는 이러한 문화적 정의가 상대적으로 약하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서민의 술’, ‘농촌 술’, ‘애환을 담은 술’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기 위한 문화적 서사로는 다소 부족해 보인다.
반면 독일은 일정 한도의 자가 소비에 한해 주세를 면제하는 규정을 두고 있으며, 이를 흔히 ‘세제 혜택’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러한 용어는 정부가 가정 양조 문화를 일정 부분 수용하거나 장려한다는 인상을 준다.
결국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은 단순한 ‘전통’ 이상의 것을 요구한다. 사회적 실행과 의식, 자연에 대한 지식과 관습, 공동체성과의 연결이 중요하다. 즉, 세대를 거쳐 전승되고 공동체가 환경·자연·역사와 상호작용하면서 끊임없이 재창조돼야 한다. 이를 통해 막걸리의 정체성과 지속성을 부여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 공동체성의 중심에는 ‘함께 빚고 나누는’ 문화가 있다. 그 문화의 핵심에는 집에서 술을 빚는 전통의 회복이 필요하다. 이것이야말로 막걸리가 지닌 가장 본질적인 가치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는…
주류 인문학 및 트렌드 연구가. 숙명여대 미식문화 최고위과정 주임교수를 거쳐 현재는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넷플릭스 백스피릿의 통합자문역할도 맡았으며,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과 ‘말술남녀’가 있다. 최근에는 술을 통해 역사와 트렌드를 바라보는 ‘술기로운 세계사’를 출간했다
명옥 주류문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