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어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했다. 이 대통령이 취임 후 해외 정상과 전화통화를 한 건 지난 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9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에 이어 세 번째다. 시 주석은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더 높은 수준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도 “양국이 경제·안보 등 여러 방면에서 활발한 교류와 협력을 추진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화답했다. 또 시 주석을 올가을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초청하며 “긴밀한 의견 교환을 기대한다”고도 했다. 새 정부는 정상회담을 성사시켜 사드(THAAD) 갈등 이후 10년 가까이 이어져 온 양국 간 불편한 관계에 마침표를 찍는 전기를 마련하기 바란다.
이날 통화에서는 미·중 사이에 끼인 한국 외교의 곤혹스러운 현실도 감지됐다. 중국 관영 매체에 따르면 시 주석은 “한·중이 서로의 핵심 이익과 중요 관심사를 존중해야 한다”며 “다자주의·자유무역을 함께 수호하고 글로벌 및 지역 산업·공급망의 안정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시 주석이 대놓고 트럼프 미 행정부의 자국 우선·보호무역주의에 반대하며 사실상 한국의 동참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 등 동맹·우호국들에 대중 제재를 종용하고 있는데 한국이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신세로 전락하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