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로부터 ‘51번째 주(州)’ 합병 압박을 받아온 캐나다가 국방비 예산을 대폭 증액하기로 했다. 미국에 대한 안보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조치다. 캐나다의 국방력 증강 움직임이 한국의 방위산업 수출 시장 확대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9일(현지시간) 국방 및 안보 전략 발표에서 “점점 더 위험해지고 분열되는 세계에서 캐나다는 주권을 천명해야 한다”며 이번 회계연도(2025년 4월∼2026년 3월) 안에 현재 1.4% 수준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비중을 2%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2%는 캐나다가 회원국으로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국방비 기준선에 해당한다. 2032년까지 이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했던 전임 쥐스탱 트뤼도 정부의 계획을 7년이나 앞당긴 것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미국의 51번째 주로 편입하라며 캐나다를 자극해왔다. 반트럼프 기조를 내건 카니 총리는 지난 4월 말 총선에서 보수당에 압도적 열세였던 판을 뒤집고 승리했다.
캐나다의 국방예산 증액 기조에 맞춰 한국 방위산업계는 주요 무기도입사업 수주를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캐나다는 3000t급 잠수함 8∼12척을 도입하는 최대 60조원 규모의 캐나다 초계 잠수함 프로젝트(CPSP)를 추진 중이다.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과 함께 200억∼240억달러(27조8000억∼33조3000억원) 규모의 제안서를 캐나다 측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캐나다 육군에 미국의 하이마스(HIMARS·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와 유사한 천무 다연장 로켓과 K-9 자주포를 판매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해외 시장을 겨냥해서 만드는 차륜형 자주포도 캐나다에 제안하는 모양새다. 정부도 석종건 방위사업청장이 지난달 캐나다를 방문, 캐나다 국제문제연구소(CGAI)와 국방·방산 교류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방산 수출을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