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돌아가시고 나서 엄마의 유품을 정리하면서 자연스럽게 집안 물건 정리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다 우연히 지인들과 주고받은 편지를 보관한 상자를 열게 되었는데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편지를 주고받은 사람이 꽤 많다는 사실이 우선 놀라웠다. 내가 중고등학생일 때는 친구들과의 통신 수단이 모두 편지였다. 아침에 학교에 가면 책상 서랍 안에 편지가 놓여 있기도 하고, 친한 친구들끼리는 교환 일기 같은 걸 쓰기도 했다. 때로 롤링 페이퍼 같은 걸 받을 때도 있었고 단연코 많이 보내고 받았던 것은 크리스마스 카드였다.
정리를 하긴 했지만 절대 버릴 수 없는 것도 있다. ‘사랑하는 우리 딸’로 시작하는 엄마가 보내준 편지다. 우리 엄마와 나는 자주 싸웠지만 편지에서만큼은 엄마도 나도 ‘사랑하는 우리 딸’ ‘사랑하는 엄마’로 운을 떼곤 했다. 서두만 그렇지 사실은 건강을 조심하라는 평범한 이야기들임에도 우리 엄마는 나에게 편지를 자주 건넸다. 싸우고 사이가 좋지 않을 때는 내가 들고 다니는 가방 안에 편지를 넣어두기도 했었다. 그 영향인지 나는 소설에서도 화자인 딸이 엄마로부터 받은 편지 내용을 마음속 깊이 간직한 이야기를 쓴 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