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13일 이란 핵·미사일·방공 시설과 수도 테헤란 내 주요 표적을 타격한 작전은 이란과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란에서 보안이 가장 삼엄한 나탄즈 핵시설과 국방부 청사 등이 공격을 받았고, 방공망은 짧은 시간 내 무력화됐다. 모하마드 바게리 군 참모총장, 호세인 살라미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총사령관을 비롯한 군 수뇌부와 핵과학자 다수가 공습으로 숨졌다. 이스라엘은 이번 작전을 통해 이란의 군사 및 안보 기관에 깊숙이 침투해 수뇌부를 무력화한 ‘참수작전’ 능력, 1500㎞ 떨어진 이란 본토를 공격하는 장거리 타격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이는 이란의 향후 핵개발과 군사력 운용 등에 큰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과학자 제거로 핵능력 무력화 시도
이스라엘군은 이번 공습 과정에서 이란 핵과학자 9명을 제거했다. 이스라엘군의 발표에 따르면, 물리학 전문가로 알려진 모하마드 마흐디 테헤란치와 아미르 하산 파카히를 비롯한 핵공학·화학공학·재료공학 전문가들이 사망자 명단에 포함됐다.
이번 공습에선 군 수뇌부 6명도 사망했다. 이란군과 혁명수비대 지휘체계를 마비시켜 이스라엘의 공습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도록 하는 한편 이란군의 향후 전력 운용과 무기개발 등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스라엘은 이번 공습 과정에서 본토로부터 1500㎞ 떨어진 이란 주요 지역을 F-15·F-16 전투기 등으로 타격했다. 이스라엘은 1981년 사담 후세인 이라크 정권의 핵개발을 막고자 이라크 중부의 오시라크 원자로를 전투기 공습으로 파괴하는 등 장거리 전략적 타격능력을 수십년째 유지해 오고 있다. 이는 이스라엘은 주변국보다 군사적·전략적으로 우위에 설 수 있도록 해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공습 전 치밀한 사전 준비 진행
이스라엘이 고위 군장성과 핵과학자 등 핵심 인력들을 ‘표적 살해’할 수 있었던 것은 장거리 정밀타격 능력 외에도 작전을 위한 치밀한 사전 준비작업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이스라엘과 이란 고위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세계 최정상 정보기관으로 꼽히는 모사드가 작전 수개월 전 미리 이란 내로 드론을 대거 밀반입해 주요 군 장성과 핵 과학자의 움직임을 지속적으로 식별하고 추적해 왔다. 이스라엘군 정보부와 모사드 해외정보국이 공동으로 계획하고 실행한 이 비밀작전은 코드명 ‘사자의 힘으로(With the Strength of a Lion)’로 명명됐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작전의 최종 준비 단계가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이 재개된 시점에서까지 진행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해당 작전에는 모사드 요원들이 이란 내부로 특수무기를 대량으로 밀반입해 배치한 후 지정된 목표물을 향해 발사하는 작업까지 포함됐으며, 이는 최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내륙 공군기지를 밀반입한 드론으로 타격한 작전과 유사성이 있다고 이 매체는 지적했다.
첩보를 통한 사전작업 이후 이어지는 고정밀 타격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이슬람 무장정파 하마스와 헤즈볼라 등 친이란 세력과 전쟁을 벌이는 동안 지속적으로 실행해온 방식이다. 성공과 시행착오를 거치며 완성된 작전 방식이 중동 강국이지만 오랜 경제 제재로 군사적 체력이 쇠퇴한 이란을 상대로도 또다시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