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뒤인 2032년부터 우리나라 추세 취업자 수가 ‘마이너스’로 전환할 것이라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왔다. 지금까지는 불경기 때 고용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취업자 수가 줄었지만, 앞으로는 경기의 좋고 나쁨과는 별개로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만으로도 실제 취업자 수가 감소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은은 17일 이런 분석을 담은 ‘인구 및 노동시장 구조를 고려한 취업자 수 추세 전망’을 공개했다. 추세 취업자 수란 실업률이 자연실업률 수준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고용 규모로, 음수를 나타낸다면 경제가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을 이어가는 상황에서도 실제 취업자 수가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보고서를 펴낸 한은 조사국 고용동향팀은 2032년을 기점으로 취업자 수 증가 폭이 음수로 전환하면서 2050년 취업자 수 총 규모가 지난해의 약 90%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15세 이상 인구가 2033년부터 감소 전환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그간 상승세를 보여 온 경제활동참가율도 2030년쯤부터 하락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1인당 GDP 증가율도 낮아질 전망이다. 경제활동참가율이 낮은 고령층 인구 비중이 커지면서 인구보다 취업자 수가 더 빠르게 감소하기 때문이다. GDP 대비 연금 및 의료비 지출 비율도 2025년 10% 수준에서 2050년 20%로 늘어나면서 부양부담이 크게 증대될 전망이다.
연구진은 경제활동참가율 상승세가 둔화함에 따라 올해 추세 취업자 수는 10만명대 후반 수준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 1~5월 중 실제 취업자 수가 추세 취업자 수를 소폭 밑돌고 있고, 하반기 이후 증가세가 둔화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고용상황은 다소 부진한 것으로 평가했다. 정부는 연초 올해 취업자 수 증가 폭을 12만명으로 제시한 바 있다.
연구진은 추세 취업자 수 둔화의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경제 전반의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은퇴 연령층의 인적 자본을 활용할 수 있도록 계속 고용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고, 청년층의 노동시장 진입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업무병행 학업 제도를 확대할 것을 주문했다. 특히 첫 직장이 생애소득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도록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와 경직성을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연구진은 “40대 여성을 중심으로 경제활동참가율이 10여년 째 정체돼 있다”며 “이를 높이기 위해 일·가정 양립을 지원하는 유연근무, 남성 의무 육아휴직제도 등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연구진은 이 같은 구조개혁을 통해 2050년까지 경제활동참가율 상승 폭을 4%포인트 더 올릴 수 있다면 1인당 GDP 증가율은 2025∼2050년 중 연평균 0.3%포인트 상승하고, GDP 대비 연금·의료비 지출도 2050년 기준 1.3%포인트 완화될 것으로 추정했다.